3000피(코스피 3000)가 깨지자 증권사들의 실적이 어두워졌다. 투자 규모가 전과 같지 않은 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등 증시 불안 요인을 키우는 이슈들이 겹치며 1분기 증권사의 순이익은 최대 38.9% 줄어들 전망이다.
3일 금융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 키움증권, NH투자증권, 한국금융지주, 삼성증권의 1분기 평균 매출액 전망치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8.3% 줄어들었다. 가장 크게 줄어든 곳은 삼성증권(-22.1%)으로, 지난해 1분기 매출액은 6308억 원이었으나 이번 분기 컨센서스는 4911억 원이다. NH투자증권(-18.3%), 키움증권(-17.4%), 미래에셋증권(-15.4%) 등이 뒤를 이었다. 한국금융지주의 1분기 매출액 컨센서스는 집계되지 않았다.
영업이익이 가장 많이 줄어든 곳 역시 삼성증권(-29.9%)이었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1분기 3993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으나 이번 분기 2800억 원에 그칠 전망이다. 같은 기간 한국금융지주는 4850억 원에서 3495억 원, NH투자증권은 3744억 원에서 2737억 원, 키움증권은 3472억 원에서 2627억 원, 미래에셋증권은 4191억 원에서 3230억 원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순이익은 감소 폭이 더 컸다. 지난해 1분기 순이익과 이번 분기 컨센서스와 비교한 결과 키움증권 -38.9%(2668억 원→1629억 원), 삼성증권 -38.3%(2890억 원→1783억 원), 한국금융지주 -31.2%(4014억 원→2761억 원), NH투자증권 -26.5%(2574억 원→1893억 원), 미래에셋증권 -24.2% (2968억 원→2251억 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코스피는 3200포인트를 넘기며 전례 없던 호황을 맞았으나 올해 들어 코스피가 2700포인트로 주저앉으면서 증권사의 실적이 둔화된 것으로 해석된다. 1일 기준 지난 1년 새 코스피는 11.25%, 코스닥은 2.60% 하락했다. 코스피 거래대금도 44.48% 줄었다. 지난해 1분기 코스피 거래대금은 1486조2360억 원이었으나 올해 1분기엔 825조200억 원으로 줄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길어지면서 증권 시장의 불안도를 높이는 점은 투자 활성화를 저해하는 요인 중 하나다. 1일(현지 시간) 러시아투데이 등 러시아 언론은 우크라이나 군 헬기의 미사일 공격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가 처음으로 러시아 본토 공격에 나선 것이다. 또 이창용 한국은행 후보자가 “금리를 통해서 가계부채 문제가 연착륙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하면서 연내 추가 금리 인상을 시사했다. 3000피의 시대와 한 걸음 멀어진 것이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초 이후로 거래대금이 감소하고 있다”며 “증시 변동성 확대와 가파른 금리 상승으로 업황 지표 악화가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도 “(연초) 증권주는 모멘텀이 부재해 밸류에이션이 상당히 낮아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