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지난해 유례없는 금융위기에 따른 글로벌증시 급락이 환노출형 일본펀드 투자자들에겐 그저 '남의 일'일 뿐이었다. 엔화강세로 지수대비 양호한 수익률을 기록할 수 있었기 때문. '엔고 효과'로 주가 급락의 피해를 비껴가며 2008년 최고의 주식형펀드로 지목된 일본펀드. 하지만 올해는 지난해와 달리 일본펀드에 대해 방어적인 관점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본문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2008년 해외펀드 가운데 가장 성과가 좋았던 펀드들은 환노출형 일본펀드. 작년 니케이225지수는 연간 -42.1%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환헤지 없이 일본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펀드들은 엔화강세 효과로 연간 -11~14.9%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달에는 엔-원환율이 100엔당 1600원을 넘어서는 등 올들어서도 엔고현상은 지속되고 있다. 이렇다보니 환노출형 일본펀드의 수익률 고공행진도 이어지고 있다.
니케이225지수가 올들어 지난 20일까지 -16.3%의 수익률을 기록한 반면 환노출형 일본펀드의 연초대비 수익률은 -0.4~-0.5%를 기록하며 상대적으로 우수한 성적을 기록했다.
심지어 동일 운용사에서 운용하는 펀드라도 환헤지 여부에 따라 수익률 명암이 엇갈렸다. 우리투자증권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08년 1월부터 2009년 2월 20일까지 삼성투신운용의 '삼성당신을위한N재팬주식종류형자 1(환헤지형)'의 누적수익률은 -55.5%를 기록했다.
반면 '삼성당신을위한N재팬주식종류형자 2(환노출형)'은 같은기간 -10.9%의 수익률을 기록, 환노출형이 환헤지형보다 44.6%P 초과수익률을 기록, 엔화강세의 위력을 실감케했다.
◆엔화강세 펀더멘털 반영이 아닌 금융혼란기 현상
업계 관계자들은 일본펀드의 경쟁력이 되어버린 엔화강세가 일본 경제의 펀더멘털 반영이 아닌 금융혼란기의 안전자산 선호와 각국 금리인하에 따른 엔케리 트레이딩 축소가 주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조한조 우리투자증권 펀드애널리스트는 "일본 경제의 펀더멘털 요인이 아니라 투자자들의 위험회피성향 강화와 엔케리자금 환류라는 요인을 살펴보면 엔화강세가 수긍이 간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의 위험회피성향을 나타내는 대표적 지수인 VIX와 Westpac Risk Aversion Index를 살펴보면 두 지수 모두 작년 하반기부터 급등했다.
위험회피성향 강화로 인해 달러당 100엔 이상에서 거래되던 엔/달러 환율이 9월부터 100엔 이하로 하락했으며,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가격도 11월부터 동반 상승한 것으로 분석됐다.
한편 엔화강세는 수출중심의 일본경제환경에서 악순환의 단초가 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김종철 굿모닝신한증권 펀드애널리스트는 "환노출형 펀드 성과는 주객이 전도된 결과"라며 "엔화강세는 GDP 성장둔화와 증시하락으로 이어져 펀드수익률에 악재로 작용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조한조 펀드애널리스트는 "일본경제 펀더멘털과 엔화강세는 괴리된 상태"라고 말했다.
2008년 4분기 일본의 GDP 성장률은 전기대비로 -3.3%를 기록했는데 이는 미국의 -1.0%, 유로권의 -1.5%에 비해서도 낮은 수치여서 경기침체의 정도가 선진국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심각했다. 결국 최근의 엔화강세는 일본경제의 양호한 펀더멘털에 기인한 것이 아닌 것으로 풀이된다.
조 펀드애널리스트는 "투자자들의 위험회피성향 증가와 엔케리트레이드 매력도 약화는 엔화강세를 지지하는 요인이며 적어도 2009년 상반기까지는 엔화강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현재 시점에서 엔화강세만을 기대하고 일본펀드에 투자할 필요는 없다는 지적이다.
김종철 펀드애널리스트는 "최근의 엔화 강세에 따른 환노출형 펀드의 수익률 강세는 점차 완화될 것으로 보여 투자자들은 환헷지형 펀드로의 전환이 적절한 대응일 것"이라고 말했다.
조한조 펀드애널리스트는 "엔화강세는 수출중심의 일본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쳐 결국 주식시장에도 안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엔화강세의 부정적 영향이 지속될 전망이며, 저금리체제 장기화로 유동성 함정에 빠질 가능성이 증가한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에 해외펀드 중 일본펀드에 대한 비중을 확대할 필요가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