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리금 상환유예 조치 절반 사전 컨설팅…3조 원 대출 상환 시작
은행권 “인수위·금융위 별다른 연락 없어…연장안 준비할 뿐”
코로나19 피해 중소기업·소상공인의 대출만기연장·원리금 상환유예 조치가 9월 말에 끝난다. 당초 이달 말 종료에서 6개월 더 연장하면서다. 10월부터는 상환이 본격적으로 개시된다.
고승범<사진> 금융위원장은 23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금융권 협회장 간담회에서 “이달 말 종료 예정이었던 코로나19 피해 중소기업·소상공인의 대출만기연장·원리금 상환유예 조치를 9월까지 추가 연장한다”고 밝혔다. 작년 4월 이후 네 차례 연장한 것이다.
이날 간담회는 바로 전날 안철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위원장이 대출 만기 연장과 상환유예를 정부에 요청할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마련됐다. 간담회 일정도 바로 전날 정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에는 이찬우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 김광수 은행연합회장, 정희수 생명보험협회장,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등이 참석했다.
고 위원장은 올 초까지만 해도 대출 만기 연장책에 대해 '3월 종료 원칙'을 언급했다. 올해 1월에 주재한 소상공인 부채리스크 점검 간담회에서 고 위원장은 “3월 말에 종료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종료 시점까지의 코로나19 방역상황, 금융권 건전성 모니터링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하겠다”고 했다.
이때도 코로나19 변이인 오미크론이 확산되고 있고, 대선을 앞둔 시점인 만큼 대출 만기 연장 조치는 연장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안철수 위원장도 대선 후보 시절부터 대출만기 연장을 주장했던 터라 추가 연장에 더 무게가 실렸다. 금융위도 이날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추가 연장 배경으로 코로나19 변이 재확산을 꼽았다.
지난 2년간 대출만기연장·원리금 상환유예 조치를 받은 대출금은 291조 원(116만5000건)으로 300조 원에 육박한다. 올해 1월 기준으로는 133조4000억 원(70만4000건)을 지원하고 있다.
고 위원장은 만기 연장 조치가 끝난 이후 연착륙 방안을 준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당장 10월부터 체계적인 준비와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원리금 상환유예를 받고 있는 대출(16조7000억 원) 중 54%(9조 원)가 금융회사와 1대 1 사전 컨설팅을 진행했다. 사전컨설팅을 받은 대출 중 3분의 1인, 3조 원은 대출상환을 개시했다.
차주들은 금융회사와의 1대 1 컨설팅을 거쳐 유예된 원리금을 최대 1년간의 거치기간을 두고, 최대 5년간 나누어 갚을 수 있도록 채무상환계획을 조정할 수 있다.
은행들은 정부와 인수위 방침을 기다리는 입장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번 만기연장·상환유예 추가 연장에 대해서도 언론으로 접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은행 입장에서는 정부나 인수위 결정을 따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A은행 관계자는 “금융위나 인수위로부터 코로나 대출 만기 연장과 관련해 메시지를 받은 거는 없었다”라며 “언론을 통해서 연장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얘기를 듣고 그런가보다 싶어 연장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B은행 관계자 역시 “금융위나 인수위로부터 대출 만기 연장에 대해 요청받은 사항은 아직 없다”라며 “오늘(23일) 금융위원장과 협회장 간담회도 알지 못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