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소비 행태 변화, '10분 내 배달' 퀵커머스도 인기
특히 배달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예기치 못한 변수가 발생하면서 유통업에 큰 변화를 줬다. 최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일본에서 사람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는 배달업을 비롯한 새로운 트렌드를 소개했다.
코로나19 발생 후 사람들의 외출은 줄었다. 직장인은 재택근무를 하고 학생들은 원격수업을 듣게 되자 자연스레 식당을 방문할 일도 점차 사라졌다. 마땅히 밥 먹을 데가 없는 사람들을 위해 음식을 가져다주는 서비스가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우버이츠와 도어대시, ‘일본판 배달의 민족’이라 불리는 데마에칸이 일본에서 빠르게 성장했다.
배달업이 치고 나오자 그전까지 일본에서 사랑받던 편의점이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세븐일레븐재팬과 로손 등 도보 5분 권 내에 있는 편의점들이 단시간 택배 서비스를 개시하면서 배달업과 경쟁을 벌이는 중이다.
음식 배달은 새로운 업태도 만들었다. 애초 오프라인 매장이 없는 이른바 ‘고스트 레스토랑’ 또는 ‘다크 스토어’가 그것. 초기 투자비용이나 인건비가 적게 들고 입지가 좋지 않아도 사업이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어 최근 사업 희망자가 급증하고 있다고 닛케이는 설명했다. 배달업과 편의점, 새로운 업태가 소비자의 입을 노리는 모양새다.
일본에서 퀵커머스는 통상 주문 후 30분 내로 물건을 전달해주는 것을 의미한다. 시간 단축 경쟁이 심해지자 최근 편의점 로손은 10분 만에 갖다 주는 ‘오니고(OniGO)’를 시범 운영하기도 했다. 한때 일본에선 편의점이나 약국이 주거지 주변에 밀집해 있어 이 같은 서비스의 수요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의견이 있었지만, 실상은 더 빠른 배달을 요구하는 소비자들로 인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이 같은 이유로 닛케이는 “이제 배달은 사업의 도구가 아닌, 소매점과 외식업계의 새로운 ‘집’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통업계가 배달에 혈안이 돼 속도 경쟁만 하는 건 아니다. 때로는 느림의 미학도 필요하다. 과거 온라인 배송에 수요를 빼앗겨 어려움을 겪던 츠타야서점은 홋카이도 매장을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커뮤니티 장소로 탈바꿈했다. 사람들이 여유 있게 매장 내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하면서 구매를 유도하는 것이다. 이는 국내 서점에서 오래 전부터 보여온 변화이기도 하다. 츠타야서점의 우메타니 토모히로 사장은 “디지털화로 점포뿐 아니라 웹사이트 등 플랫폼도 잉여가 되는 시대에 직면하고 있다”면서 매장에 변화를 준 이유를 설명했다.
물론 속도를 중시하는 업계는 더 빠른 서비스를 위해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신규 기업들이 우후죽순 늘어나는 가운데 인수·합병(M&A)도 활발해졌다. 지난해 도어대시가 핀란드 음식 배달업체 월트를 인수한 것이 대표적 예다.
닛케이는 “당장 소비하고 싶은지, 아니면 여유 있게 소비하고 싶은지 등 시간 활용에 있어 소비자들의 선호 방식을 파악해 이들이 외로움을 느끼지 않게 하는 기업이 일류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