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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금융권 부지점장 윤씨는 날카로운 분석이 장점이다. 20년 가까이 금융권을 '구르다'보니 돈과 재테크에 대한 관점도 뚜렷한데다 정보도 밝다. 그런 윤씨가 철칙으로 세우는 게 있다. 바로 현장 정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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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도 사이버 트레이딩은 믿지 않는다. 시간이 없기는 윤씨도 마찬가지지만 철저하게 객장으로 나가 현장에서 투자자들의 이런 저런 얘기를 듣는 것을 생활화 한다.
물론 객장에서 듣는 정보라는 것이 아쉽게도 뜬 소문도 많고 작전도 나오긴 한다. 하지만 그것을 판단하기 위해서라도 다양한 정보가 필요하다는 게 윤씨의 철칙이다.
윤씨가 부동산에 투자할 때 현장 정보는 더욱 중요하다. 부동산은 땅의 산물인 만큼 현장을 직접 가봐서 도로, 지하철, 편의시설, 주민구성 등을 모두 보는 게 필요하다는 게 윤씨의 말이다. 윤씨는 부동산을 살 때 마다 없는 시간을 쪼개 현장에서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하지만 그런 '철저한' 윤씨도 실수를 할 때가 있다. 2년전 서울 서부지역의 한 아파트를 살 때가 그랬다. 윤씨는 장기 발전 가능성을 봤다.
서울 서부지역은 상암DMC를 비롯해 마곡지구 등 굵직굵직한 개발이 많은 것에 윤씨는 후한 점수를 뒀다. 또 강남이나 노도강과 달리 평지가 많은 것도 장점이며, 지하철 9호선이란 희대의 호재가 있는 것도 윤씨가 이 지역 투자를 결정하게 된 이유다.
윤씨는 확실한 자신감이 있었음에도 서두르지 않았다. 일단 근처 중개업소 5군데를 방문하며 중개업자들의 평을 들었다. 그리고 인터넷을 통해 이 아파트의 평을 들었다.
이쯤 되자 윤씨는 갑자기 생각이 달라졌다. 단 6개월 만에 5000만원을 벌게 되자 갑자기 욕심이 생긴 것. 이에 윤씨는 '과감하게' 대출을 통해 두채를 2억원에 더샀다. 인근 중개업자들이 2억5000만원이 될 것이란 예측이 일치한 것이 윤씨가 지른 가장 큰 이유다.
그런데 그 아파는 2억원에서 가격이 머무르고 있다. 인터넷 시세에는 2억2000만원도 나오고 있지만 도저히 그 가격에 거래는 안된다.
집값이 오르며 탄력을 받은 듯 했지만 문제는 한 블록 떨어진 곳에 위치한 장애인 임대아파트 때문. 이로 인해 윤씨의 아파트 뿐 아니라 지역 집값 전체가 불안에 떨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이 이야기를 해준 중개업자는 아무도 없었다. 윤씨가 다그쳐 묻자 그제야 한블록 떨어진 곳이라 별 문제가 없을 것이란 대답만 나오고 있다.
다른 지역 중개업소에게 가서 물어보니 대답은 더욱 가관이다. 장애인 임대주택을 없애지 않는 한 지역 집값 자체가 오르지 않을 것이란 게 중개업자들의 이야기다. 결국 윤씨는 살지도 않을 집 세채를 안고 대출 이자만 꼬박꼬박 내고 있는 실정이다.
'원교근공(遠交近攻)'이란 말이 있다. 전국시대 진(秦)나라의 재상 범저가 나머지 6국을 공략하는 방법으로 진왕에게 올린 계책이다. 즉 진나라와 대항한 6국의 동맹을 막기 위해 진과 국경을 접하는 한, 위, 조는 공격하고 멀리 떨어져 있는 제, 연, 초와는 우호관계를 유지한다는 것이다.
취지는 달라도 바로 이 원교근공의 개념을 부동산에 접목해보자. 우선 윤씨는 현장 정보를 듣는다고 했지만 아파트 인근의 중개업소만 들렀다.
이래서는 이 아파트의 '혹평'을 들을 수가 없다. 일반적으로 현장 인근의 중개업소는 해당 아파트에 대해 칭찬만 늘어놓기 일쑤다.
다소 현장과 떨어진 곳, 즉 거래 대상으로 취급하지 않는 중개업소는 해당 아파트에 대해 주로 험담을 늘어놓는 경우가 많다. 보통 가까운 나라가 적이 되듯, 가까운 아파트 단지도 적이되는 셈이다.
하지만 험담을 험담으로만 듣거나 이를 과신하는 실수는 윤씨가 하지 않을 능력은 있다. 다만 윤씨는 험담을 듣지 않아 집값을 좌우하는 중요요소를 알지 못한 채 산 것이다.
부동산을 매입할 땐 근거리와 원거리의 중개업소 10 곳을 알아야한다. 결국 거래하는 것은 근거리에 있는 업소 1곳이 되겠지만, 해당 단지의 칭찬과 험담을 모두 듣고 이를 파악해내기 위해서라도 다양한 정보는 큰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