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양냉면: 처음이라 그래 며칠 뒤엔 괜찮아져/ 배순탁 지음/ 세미콜론 펴냄/ 1만1200원
배순탁 작가도 처음 평양냉면집에 갔을 때, 자신을 데려간 선배를 하마터면 때릴 뻔했단다. 평양냉면은 여러 가지로 말이 많은 음식 중 하나다. 혹자는 '행주 빤 물' 같다고 표현할 만큼 처참하다.
그런데 어째서 모두가 세 번만 먹고 나면, 그 맛에 중독돼 여름이고 겨울이고 계속 생각나 마니아에 이른다. 배 작가는 평양냉면이 가진 '누적의 힘'이라고 설명한다.
책의 제목은 '브라운 아이즈'의 '벌써 일 년'이라는 노래 첫 소절에서 따왔다. 이유는 쉽게 짐작 가능하다. 평양냉면을 좋아하는 많은 사람들은 하나 같이 이렇게 증언한다. "처음엔 도무지 무슨 맛인지 몰랐는데 눈 딱 감고 세 번 먹었더니 신세계가 열렸다."
그리고 주위의 아직 평양냉면의 참맛을 모르는 이들에게 덧붙인다. "처음이라 그래. 몇 번 먹고 나면 괜찮아져."
배 작가는 스스로 '평양냉면의 선구자'라 자신한다.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예찬만 하지 않는다. 책 속엔 농담이라고 하기엔 사뭇 진중하고 때로 날카로운 비평도 빼곡하다.
배 작가는 일상의 회복을 누구보다 염원하고 있었다. '봉피양' 방이점에서 저녁으로 평양냉면 든든히 먹고 올림픽공원 경기장에 공연 보러 가던 일상을 떠올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