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목별 분위기는 다르지만. 외국인은 ‘팔자’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이 매도 물량을 받아내며 떠받치고 있지만, 외국인이 지금처럼 매도 우위를 보인다면 증시의 추세적 반등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올해들어 6월 말까지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7조4577억원 어치를 팔아치웠다.
외국인의 매도세가 멈추지 않는 것은 코로나19에 따른 글로벌 경제상황을 거시적으로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코로나19 델타변이 확진자가 계속해서 급증하고 있어서 향후 실물 경제로 이어지는 타격이 어느 정도일지 예측할 수 없다는 불안감도 작용한다. 상황이 명확해질 때까지는 일단 현금을 쥐고 사태를 관망하려 한다는 것이다.
인플레이션 우려도 걱정이다. 경기가 회복하지 않은 상태에서 물가만 급등하면 통화 가치가 지나치게 하락(환율 상승)하기 쉬워, 해당 국가에서 자금이 대거 유출될 수 있다. 외국인 투자자로서는 가치가 낮아진 신흥국 통화보다는 안전 자산인 미국 달러화를 보유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에, 신흥국 주식 시장에서 외국계 자금이 대규모로 이탈하기 쉽다.
주식시장에 2차 충격이 올 수 있다는 우려도 외국인 수급을 방해하는 요인이다. 코로나19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시행된 각국의 경기 부양책은 ‘소비 증가→기업실적 호조→글로벌 경기 회복’이라는 선순환 고리를 뚜렷하게 보여주지 못한다. 시장 한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전반적인 위험자산 비율을 줄이는 리밸런싱이 이뤄지다 보니 외국인 매도세가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기투자들도 발을 뺐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네덜란드(ABP), 일본(GPIF), 노르웨이(노르웨이 국부펀드), 프랑스(FRR) 등 대형 연기금을 중심으로 한국 주식 매도 기조가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외국인의 ‘팔자’는 국내 주식 가치 상승으로 인한 자산 비중 조절 과정으로 해석된다. 기관투자자는 특정 자산 비중이 늘어나면 자산 배분을 재조정하기 위해 해당 자산을 매도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국내 증시가 강세를 보이며 주식 순자산 규모가 늘어나자 외국 연기금 계정에서 이를 정리한 셈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하반기 외국인 매도세가 진정될 것으로 본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외국 연기금이 투자를 집행할 때 주로 국가 간 상대적 모멘텀을 본다. 경제성장 쪽으로 무게가 실릴 가능성이 크다”면서 “ 제조업 중간재 비중이 큰 한국인 경우, 펀데멘털이 다른 국가에 비해 높은 편”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어 “통화 정책 불확실성이 해소된다면 외국인들이 충분히 들어올 가능성 있다”고 분석했다.
안소은 IBK투자증권 연구원도 “신흥국 중에서도 한국은 경기와 이익 펀더멘털 회복세가 상대적으로 강한 편”이라며 “이머지마켓(EM) 지수 대비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EPS) 상대강도는 연초 이후 우상향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테이퍼링 리스크가 우려되지만 이에 따른 외국인 수급 하방 압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