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크게 위축된 세계 교역 시장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커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8일 발표한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세계 교역ㆍ투자구조 변화와 앞으로 한국의 정책 대응방향' 보고서에서 지난해 3월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1~3분기 세계 교역 규모는 12조5168억 달러(약 1경4000조 원)로 2019년 같은 기간보다 10.6% 줄었다고 밝혔다.
나라별로 보면 미국, 독일, 네덜란드, 일본, 영국 등 전통 수출 강국의 대외수출 규모가 크게 주는 동안 중국이 상대적으로 선방하며 세계 수출시장의 비중도 늘었다.
지난해 3분기까지 미국은 -15.2%, 독일은 -11.6%, 일본은 -15.2% 등 역성장하는 동안 중국의 성장률은 -0.8%에 그쳤다. 20대 수출국 중 베트남과 홍콩 다음으로 높은 수준이다.
같은 기간 세계 수출시장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4.5%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2019년보다는 1.4%포인트(p) 늘어났다.
앞서 중국의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은 미국과의 무역 전쟁, 베트남 등 아세안 국가로의 글로벌 밸류체인 재편 등의 영향으로 2015년 13.9%에서 2019년 13.2%로 떨어졌다.
반면, 미국의 비중은 2019년 8.8%에서 2020년 3분기 누적 8.3%로 0.5%p 줄었다.
외국인 직접투자에서도 지난해 전체 규모가 전년보다 42.3% 줄어들었지만, 중국과 인도는 각각 4%, 13%씩 늘었다.
인도는 작년 7월 구글이 100억 달러 규모의 인도 디지털 인프라 구축 투자계획을 발표하는 등 글로벌 ICT(정보통신기술) 기업의 디지털 인프라 투자가 늘어났고, 중국은 서비스ㆍ첨단기술 분야로 외국인 투자자본의 유입이 증가한 데 따른 것으로 전경련 측은 분석했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협력실장은 “올해 세계교역이 7~8% 늘어나고, 한국의 수출도 반도체 등 디지털 관련 품목 호조로 6~7% 증가할 전망이지만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하는 가운데 미국-중국 간 패권전쟁 지속, 선진국ㆍ개도국 구분 없는 보호무역주의 확산은 대외교역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작년 11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에서 CP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가입 추진을 공식화하고, 캐서린 타이 미국 USTR(무역대표부) 신임 대표 지명자는 바이든 행정부의 최우선 통상과제로 중국의 불공정 무역관행 대응을 꼽는 등 올해도 미국-중국 간 무역 갈등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김 실장은 이에 대비하기 위해 “우리 통상당국은 새로운 글로벌 무역ㆍ통상 플랫폼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큰 CPTPP에 대한 국내외 가입 여건을 강화해야 한다”며 “세계 경제에서 중국 비중이 날로 높아지는 만큼 중국 내 5G, IDC(인터넷 데이터 센터) 등 신형인프라 투자확대에 우리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진출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국, 인도를 비롯한 신남방국가의 한국을 상대로 한 보호무역주의 조치가 코로나19를 계기로 늘어나고 있는 만큼 통상당국은 이들 국가에 대한 통상외교 강화에도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