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요 늘며 전세자금대출 30%↑
입주 물량까지 줄어 '제2의 전세대란' 우려
새 주택임대차법(계약갱신청구권ㆍ전월세상한제) 시행 후폭풍이 올해도 연초부터 거세게 이어지고 있다. 전세 매물은 줄어들고 수요는 늘어나는 와중에 신규 입주 물량도 급감하면서 전셋값이 한층 더 가파르게 뛸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전세난을 잠재우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 '신속한 공급'을 주문했지만, 실제 입주까지는 수년 넘게 걸려 사후약방문식 공급 대책이 될 공산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아파트실거래가) 통계에 따르면 12일 현재 서울지역 아파트 전세 매물은 1만8300건으로 집계됐다. 새 임대차법 시행 전인 지난해 7월 31일 3만8427건에서 반토막(-52.4%)으로 줄어든 규모다.
서울은 이 기간 본격적인 전세의 월세화 영향 등으로 전세 매물이 절반 넘게 빠지면서 전국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지역별로 보면 서초구는 5357건에서 1527건으로 71.5% 줄어 가장 높은 감소율을 나타냈다. 이어 서대문구(68.2%↓), 은평ㆍ용산구(67.8%↓) 순으로 전세 매물이 급감했다. 강남권인 송파구와 강남구도 각각 62.6%, 60.8% 줄었다.
반면 전세 수요는 빠르게 늘고 있다. KB국민·신한·우리은행 등 5대 시중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자금대출은 80조4532억 원에서 105조988억 원으로 30.63% 늘었다. 월간 잔액 증가 폭은 11월 1조6564억 원에서 12월 1조7596억 원으로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3기 신도시 등 청약과 직주근접이나 자녀 교육 등의 이유로 전셋집을 찾는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다. 임대차법 시행과 실거주 의무 강화로 매물은 줄어드는데 수요는 늘다보니 전셋값은 고공행진 중이다.
한국부동산원 통계로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해 5.58% 올랐다. 전년 0.69% 하락에서 급반등한 것이다. 최근 월간 변동률을 보면 10월 0.48%, 11월 0.78%, 12월 0.96% 등으로 상승폭이 점차 커지고 있다. 올해 들어서도 첫 주 0.13% 더 오르며 80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KB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중위 전셋값은 지난해 7월 4억6931만 원에서 12월 5억6702만 원으로 9770만 원 올랐다. 임대차법 시행 후 5개월 만에 1억 원 가까이 치솟았는데, 이는 앞서 5년 동안의 상승분에 해당한다.
올해 상반기에는 재건축 등 정비사업 추진 단지들의 본격적인 이주와 아파트 입주 물량 감소로 전셋값이 더 들썩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에만 서울에서 재건축 등 정비사업으로 이주하는 수요만 6600여가구에 달하고 아파트 입주 물량(91만6783가구)도 전년 동기 대비 35.8% 줄어들 전망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새 임대차법 시행으로 전세 매물이 확 줄어든 상황에서 정비사업 이주 수요 증가와 입주 물량 감소 등이 맞물릴 경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전세대란을 피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