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개혁을 둘러싼 갈등은 우리 사회의 모든 갈등이 축약된 형태다. 검찰은 자신들의 이해가 직결된 때문인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립과 검·경 수사권 조정을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런 검찰을 법무부는 힘으로 몰아부쳤다. 이는 지난해 조국 사태, 올해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 징계 및 법정 다툼으로 이어졌다. 대안의 다양성도, 핵심 이해당사자의 참여도, 결과에 대한 승복도, 중재·타협도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다.
올해 불거진 다른 사회적 갈등도 비슷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밀어붙이기로 진행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주택 임대차 정책, 의과대학 정원 확대 등 사회 곳곳에서 구성원간 반목이 이어졌다. 정규직화 대상에서 제외된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선 정부와 임대주택 사업자 간, 광역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 간 소송도 빗발쳤다. 보건의료정책과 관련해선 대한의사협회, 전공의단체 등이 총파업 등 집단행동으로 대응했고, 이에 시민사회단체는 의사단체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갈등의 사법화’는 법원 판결 때까지 오랜 시간이 허비되는 데다 ‘사법 불신’이란 또 다른 갈등을 낳는다. 갈등이 대화·타협으로 해소되지 않는 배경은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의사결정 과정의 비민주성에 따른 정책불응, 갈등을 중재할 리더십의 부재가 대표적이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부총장)는 “갈등의 사법화를 달리 말하면 정치의 사법화”라며 “정치인들이 정치적 합의나 표결에 승복하지 못하고 헌법재판소 등 사법에 의지하게 되고, 법의 힘으로 밀어붙이는 게 일상화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노무현 정부 이후 참여가 확대되면서 진영논리가 정치에서 사회 전반으로 퍼졌다. 그 과정에서 정치인들은 통합을 주장하면서 선명성 경쟁에만 몰두했다”며 “문재인 정부도 촛불혁명이라는 국민 다수의 지지로 출범했지만, 국정 운영만 보면 마치 진보세력의 승리 같다. 결국 정부가 사회적 갈등을 부추기고, 합의를 방해하는 상황이 됐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