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산타랠리는 동학개미가 이끄는 양상이다. 통상 해마다 연말이 가까워지면 이른바 ‘큰손’ 투자자들이 대주주 요건을 피하고자 보유 주식을 쏟아내곤 했는데, 올해는 개인의 강한 매수세가 증시를 뒷받침하고 있다. 12월 한 달 간 개인투자자가 국내 증시에 쏟아부은 금액만 4조 원을 넘었다. 전문가들은 시중 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에서 부동산에 들어가지 못하는 개인투자자가 증시에 유입돼 발생한 현상이라고 분석한다.
이달 들어 지난 23일까지 개인투자자는 유가증권시장, 코스닥시장에서 각각 3조7000억 원, 1조4000억 원을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말에 개인투자자가 매수 우위를 보인 건 드문 사례다. 한국거래소 집계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는 2013년부터 매년 12월에는 매도 우위를 보였다.
과거 5년 치 자료로 살펴보면, 2015년 12월 당시 개인투자자는 코스피, 코스닥에서 각각 1조8710억 원, 834억 원을 팔아치웠다. 이어 2016년(1조8818억 원·2448억 원), 2017년(3조9175억 원·1조5697억 원), 2018년 (1조5001억 원·6037억 원), 2019년(4조1435억 원·9242억 원) 등 유독 연말이 가까워질수록 개인투자자는 보유 물량을 처분하는 흐름을 보였다.
이는 ‘큰손’ 개인투자자들의 절세 요령 중 하나로 꼽힌다. 고액자산가들이 대주주 요건으로 양도세를 피하기 위해 주주명부 폐쇄일인 12월 26일 전까지 보유 주식을 줄이는 방식이다. 세법상 대주주 요건에 해당하는 개인은 양도차익의 27.5%를 양도소득세로 납부해야 한다.
특히 개인투자자 거래 비중이 90%에 달하는 코스닥시장에서는 12월 집중적으로 매도세가 나타났고, 이듬해 1월에는 다시 매수하는 흐름을 보였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고액자산가들이 대주주 과세요건을 피하기 위해 연말에 매도하는 경향을 보였는데, 올해 정부에서 해당 개정안을 유예하기로 결정하면서 양도세 부담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 역시 연말 개인 매수세 영향으로 해석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3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63조 원을 웃돌았다. 투자자예탁금은 고객들이 주식을 사기 위해 계좌에 넣어둔 돈을 의미한다. 올해 증시에 뛰어든 주린이(주식+어린이) 크게 늘었다.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은 키움증권에 따르면 올해 신규로 개설된 개인 주식계좌수는 216만 개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위원은 “무엇보다 시장 유동성이 풍부해 개인투자자 자금이 증시로 계속 유입되고 있다”며 “특히 부동산으로 들어가지 못한 개인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들어오고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