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서 한국과 동남아시아 국가들(아세안)에 차등적으로 부과해온 자동차용 유류 수입세를 내년부터 균등화할 것이라는 전망에 국내 정유사들이 긴장하고 있다.
24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베트남 정부는 내년부터 한국과 아세안 국가들에 8% 수준의 유류 수입세를 일괄적으로 적용할 예정이다.
2018년부터 올해까지 한국에는 10%, 아세안 국가에는 20% 등으로 차등을 뒀던 것을 내년부터 균등화하는 것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베트남에서 한국산 정유 제품에 대한 수요가 높았다"며 "동북아 유류 수출업체들이 누온 경쟁적 우위를 제거하기 위한 결정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베트남 시장은 더욱 경쟁적인 구도로 재편될 전망이다. 국내 정유사들의 수출량 감소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 분석업체 S&P 글로벌 플래츠에 따르면 올해 한국에서 베트남으로 수출한 자동차용 휘발유 물량은 1002만 배럴로 지난해(1638만 배럴)보다 38% 줄었다.
내년에는 여기서 24%가량 감소한 765만 배럴이 될 것으로 이 업체는 내다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수요 부족 국면이 장기화하는 중에 국내 업체에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S-OIL) 등 국내 정유 4사들은 1분기 최악의 실적 이후 점차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
이들의 3분기 영업이익은 총 2900억여 원으로 '플러스' 전환했다. 앞서 1분기, 2분기 각각 4조 원, 7000억 원 수준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것에서 크게 개선된 것이다.
특히 GS칼텍스가 2971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실적을 견인했다. 현대오일뱅크는 352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고, 나머지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은 각각 289억 원, 93억 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다만 본격적인 업황 개선의 신호는 아니라는 것이 중론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호실적이 최근 유가 반등으로 정유사들이 쌓아둔 원유의 가치가 오르면서 생긴 '시차' 때문으로 풀이한다.
실질적인 실적 개선을 위해서는 제품 수요 회복이 필수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최근 여행 제한 등으로 항공유 수요가 미진한 데 더해 건설 업계 불경기로 산업용 디젤 수요마저 줄고 있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석유 제품 수요 회복이 지연되면서 정제이윤 회복도 어렵다"며 "실질적인 실적 회복은 내년 하반기에나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