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입법 예고한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가맹사업법) 개정안에 대해 전문가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전문가들은 가맹점 사업자의 권익을 보호한다는 개정안 취지와는 달리 결과적으로 소수단체의 난립을 초래해 가맹점 사업자 단체의 협상력을 약화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4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K-프렌차이즈, 선진화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 정책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입법 예고한 가맹사업법 개정안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개선점과 보완점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날 토론회는 권명호 국민의힘 의원실이 주관했다. 전해철, 민형배 의원 등이 대표발의 하고 공정위가 입법 예고한 가맹사업법 개정안에는 가맹 분야 불공정 관행을 개선하고 가맹점사업자 권익의 보호를 앞세운 가맹점사업자단체 신고제, 협의 개시 의무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 이경만 공정거래지원협회장은 "건강하게 잘 크고 있는 가맹본부도 가맹점사업자 단체가 난립하게 되면, 단체 내부에서 모순투쟁이 일게 되고 일종의 집단 '중우정치'가 일어나게 될 것"이라면서 "가족이 망하게 될 줄 모르고 단체행동에 나설 수 있으니, 법안 시행을 3~5년 정도 해보고 보완점을 모색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지적했다.
공정위가 8월 28일부터 이달 9일까지 입법 예고한 가맹사업법 개정안에 담긴 가맹자사업자단체 신고제도는 가맹자사업자단체가 만들어지면 공정위에 신고하고, 신고된 가맹자사업단체의 대표성을 공정위가 보장하는 제도다. 가맹자사업자 단체를 활성화하고, 가맹본부를 상대로 한 가맹점사업자의 협상력을 키우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날 토론회에서 개정안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단체 구성요건이나 참여비율이 다듬어지지 않은 상태에선 소수단체가 난립해 가맹점사업자의 대표성이 약화할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김선진 법무법인 KLF 대표변호사는 "지금은 구성원 수가 많은 가맹점 사업자단체가 협상권 갖는 형태라, 가맹본부 입장에서 여러 개 단체가 협상을 요구할 때 회원 수가 많은 가맹점 사업자단체와 협의하게 되는 구조"라면서 "그런데 신고제가 도입되면 신고증을 교부받은 가맹점사업단체가 인원수와 무관하게 협상 최우선권을 갖게 돼 대표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변호사는 "두 명만 모여도 단체가 만들어지는데, 가맹본부가 소수를 대변하는 가맹점사업자단체에 진지하게 협의에 임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라며 "결국 가맹점사업자단체의 협의권을 강화하려는 제도가 되레 협의권을 약화하는 결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가맹점사업자 단체가 요구한 협의에 가맹본부가 반드시 응해야 하는 '가맹점 사업자단체와의 협의 개시 의무화' 조항도 도마 위에 올랐다.
김상식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정책사업실장은 "선진적으로 프랜차이즈 사업을 전개하는 해외에도 이런 사례는 없다"라면서 "일부에서는 하도급에도 협의 개시 의무화가 있는데 프랜차이즈 산업에 도입 못 할 게 뭐냐라고 지적하는데, 하도급은 협의 대상과 거래조건이 하나지만 가맹법상 거래조건은 너무 포괄적이라 비교하기 어렵다"고 했다.
김선진 변호사는 "의무라고는 했지만 올해 전해철, 이동주 의원 등이 발의한 법안을 보면 가맹본부가 협의에 응하지 않을 시 시정조치가 이뤄지고 과징금까지 부과돼 사실상 강제인 셈"이라면서 "프랜차이즈 형태로 기업을 운영하는 가맹본부에 기업운영의 자유라는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개정안 도입에 신중해야 한다며 보완대책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김상식 실장은 "단체가 대표성을 가지도록 전체 가맹점의 50%는 가입돼야 하고, 반드시 등록된 단체만이 협의 대상이 돼야 할 것이며, 같은 협의 주제는 1년에 2회 정도로 제한한다든지 등의 추가적인 조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