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을 말하다 “공모가”]③공모가 산정 방식에 ‘자유’ 날개 달아준 미국·홍콩...중국 커창봔도 규정 완화

입력 2020-10-29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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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는 공모가 산정 방식에 자율성을 부여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기관 투자자들의 네트워크를 통해 기업 가치를 평가한다. 미 금융 당국은 주관사에 역량과 재량을 맡기고 기관 투자자도 상대할 수 있도록 해 공모가 산정 방식에 공식적인 내용을 담지 않았다. 홍콩도 마찬가지다. 공모가격 산정 근거를 의무적으로 기재하지 않기 때문에 가격 산정 방식이 획일화되지 않고 혁신 기업 가치 평가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 예로 미국의 클라우드 기반 소프트웨어 업체인 스노플레이크는 뉴욕증시에서 120달러(약 14만1000원)의 공모가가 산정됐다. 2012년 캘리포니아주 샌마테오에서 설립된 스노우플레이크는 클라우드 기반의 데이터 저장업체로 기업들에 신개념 통합 클라우드 데이터 관리 시스템을 제공한다. 전년도 매출액은 지난해보다 무려 174% 증가했다. 주관사는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스타트업인 스노플레이크에 성장 가능성을 봤다.

이 회사의 초기 가치는 333억 달러(약 39조2900억 원)로 평가됐다. 앞서 스노우플레이크는 상장 전 주당 75~85달러보다 약 31% 상향 조정한 주당 100~110달러 수준으로 책정해 공모가를 올렸다. 이에 스노우플레이크는 총 2800만 주를 발행하고 나머지 주식은 워런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 등에 판매해 주목을 받았다.

‘중국판 나스닥’ 커창봔도 자유로운 공모가 산정방식을 부여한다. 기존 상하이거래소와 달리 커창봔은 상장등록제를 두어 요건만 되면 상장할 수 있도록 했다. 시장 자율에 최대한 맡기겠단 것이다. 상장 주관을 맡는 증권사가 의무적으로 공모물량의 2~5%를 반드시 떠안아야 하고, 보호예수기간이 2년에 달한다. 증권사가 자신 있는 좋은 기업만 거래소에 올리라는 부담을 증권사에 부담시킨 셈이다.

중국 알리바바의 금융 자회사 앤트그룹은 모바일 결제시스템 ‘알리페이’를 제공하고 하는 핀테크 기업으로 어느 기업보다 공모가에 눈이 쏠린다. 앤트그룹은 27일 상하이증권거래소 커촹반(科創板)과 홍콩 증시에 각각 주당 68.8위안과 80홍콩달러의 공모가를 제출했다. 앤트그룹은 이들 2곳의 증시에서 각각 16억7000만 주의 주식을 발행하며, 위험을 감수한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약 340억 달러의 자금을 조달할 예정이다. 작년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가 조달한 294억 달러를 넘어서는 세계 최대 규모다.

해외 증시도 국내 증시와 마찬가지로 공모주들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기업공개(IPO) 절차를 거친 기업은 물론 스팩(SPAC)과의 합병으로 우회 상장을 한 기업 중에도 주가가 크게 오른 종목이 많아 주목받는 분위기다. 그러나 공모가 산정 방식에 자율성을 부여하는 것은 공모주 광풍에 편승에 기업가치가 고평가됐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통적인 펀더멘털(기초체력) 측정 지표를 거부하는 기업과 비교 대상이 없어 들쭉날쭉 책정되는 기업이 최근 들어 부쩍 늘어났다는 평가다.

다만 해외에서도 높은 공모가는 상장이 철회된 사례가 있다. 일본의 게임회사인 SNK다. 이 회사는 2018년 국내 기업공개(IPO)과정에서 지나친 몸값 산정으로 기관투자가들의 ‘보이콧’을 받고 결국 상장을 철회했다. 더킹오브파이터즈, 메탈 슬러그, 사무라이 스피리츠 등을 개발한 유명 게임사지만 20년이 넘은 지적 재산권(IP)이 주 수익원이라 공모가 산정에서 과도한 프리미엄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수요예측에서 공모가 희망 범위(3만 4300~4만6800원) 하단 이하에 주문이 몰리면서 애초 예상했던 공모가에 미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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