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고채 발행이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재부의 고민이 깊다는 점을 이해한다. 실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발과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재정정책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이에 따라 올 들어 59년 만에 4차 추가경정예산까지 편성하면서 올해 발행키로 한 국고채 물량도 174조4000억 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101조7000억 원 대비 급증한 것이다. 국회에 제출한 정부안에 따르면 내년 발행예정물량도 172조9000억 원에 달하는 등 당분간 물량이 늘 전망이다.
다만, 국고채 2년물 발행은 다섯 가지 이유에서 단견(短見)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우선, 안정적 자금조달이라는 측면에서 국고채 만기물 장기화를 추진해왔던 그동안의 기재부 정책과 배치된다. 과거 금융위기 극복과정에서 3년물 발행을 대폭 늘렸다가 그 후로 수년간 차환발행량 증가 문제를 겪은 바도 있었다. 기재부는 만기물 장기화를 위해 2012년엔 30년물을, 2016년엔 50년물을 도입했고, 10년물 이상 초장기물 발행비중도 2015년 48.3%에서 2018년 58.7%, 2019년 61.5%로 늘려왔었다. 올해도 9월말 기준 61.1%를 기록 중이다.
단기외채 비중이 늘 수 있다는 점도 우려스럽다. 단기외채 비중은 경상수지, 외환보유액과 함께 대외지급능력을 측정하는 3대 지표로 꼽힌다는 점에서 그만큼 대외충격에 취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잖아도 대외채무 대비 단기외채 비중은 2015년(26.3%) 이후 꾸준히 늘고 있다. 2017년 28%대(28.1%)로 올라섰고, 올 1분기부터는 30%대(1분기 30.6%, 2분기 30.7%)를 기록 중이다. 이는 인도(19%)와 러시아(10%), 멕시코(12%), 터키(26%)보다도 높은 수준이다(2017년 기준).
최근 직면한 경제문제를 푸는 데도 역행할 수 있다. 코로나19 이후 정부와 한국은행이 유동성을 풀었지만 그 자금이 부동산과 증시에만 몰리면서 막상 실물경제를 뒷받침하지 못한다는 문제에 직면하고 있는 중이다. 이를 풀기 위해서는 우선 기업대출은 원활히 하고, 가계대출은 옥좨야 한다. 기업대출이 집중되는 단기물 금리는 낮추고, 가계대출이 집중되는 중장기물 금리는 높이는 게 한 방법이다. 반면, 국고채 2년물 발행은 단기물 금리는 높이고, 중장기물 금리는 낮출 수 있다.
한은 고유 권한인 통화정책을 침범하는 문제도 있다. 한은 통화정책의 주된 수단은 환매조건부채권(RP) 7일물을 뜻하는 기준금리 조절을 통해 이뤄진다. 이를 인상하고 인하함으로써 하루짜리 콜금리부터 최장 50년물인 국고채 금리까지 움직일 수 있다는 게 소위 금리경로를 통한 통화정책 파급효과다. 다만, 7일물짜리 금리를 움직인다는 점에서 통화정책 영향력은 중장기물보다는 단기물에서 더 큰 게 현실이다. 반면, 국고채 2년물 발행은 단기물에 미칠 영향력이 상당할 수 있다. 결국 기재부가 국고채 2년물 발행물량을 조절하는 것만으로도 통화정책 파급효과를 낼 수 있게 된다.
한은 통화안정증권(통안채) 발행과 겹치면서 경쟁구도를 형성할 수 있는 문제도 있다. 통안채는 시중 통화량 조절을 위해 발행하고 있다. 경상수지 흑자행진과 외국인 자금 유입 등으로 통안채 발행량은 증가해 왔었다. 실제, 올 8월말 기준 통안채 발행잔액은 168조7000억 원을 기록 중이다. 정점을 기록했던 2015년 180조9000억 원과 견줘서는 줄어든 규모지만, 2000년대 초반 60조~70조 원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난 수준이다. 국고채 2년물과 직접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통안채 2년물 발행규모도 최근 5년 평균 70조 원대를 기록 중이다. 한은도 국고채 2년물 발행에 대비해 통안채 만기와 발행량, 제도 등을 조정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몸집이 불어난 통안채 발행규모를 감안할 때 쉽지 않은 일이다.
기재부는 장기물 수급 원활화를 위해 기재부 방안에도 담았듯 30년물 국채선물 도입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이는 2017년부터 검토된 사안이기도 하다. 중장기적으로는 최장 100년물까지 초장기물 발행 추진을 검토해볼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