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압박에 못 이겨 집을 내놓는 법인 투자자가 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지면 집값도 하락세로 돌아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3분기(7~9월) 법인 소유자가 판 아파트는 전국에 걸쳐 1만7307가구다. 2016년 4분기 (1만9756가구) 이후 가장 강한 매도세다. 올해 2분기(1만5347가구)와 비교해도 2000건 가까이 매도 물량이 늘었다.
반대로 법인이 지난 석 달간 산 아파트는 5978가구로 매도한 아파트의 3분의 1수준이었다. 통계 집계 후 최대를 기록했던 올해 2분기(1만7384가구)보다 1만 가구 이상 줄었다.
법인발(發) 아파트 매도가 늘어난 건 세제 강화 정책 영향 때문으로 보인다.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법인 이름으로 부동산을 투자하면 개인보다 양도소득세(양도세)나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증여세 등에서 혜택을 볼 수 있었다. 일각에선 이 같은 세제가 법인을 이용한 부동산 투기를 부추긴다고 비판했다.
비판이 이어지자 정부ㆍ여당은 8월 세법을 개정해 내년 6월부터 법인 부동산에 양도세율 20%포인트를 가산하기로 했다. 종부세도 집값에 상관없이 최고세율(2주택 이하 3%ㆍ3주택 이상 혹은 조정대상지역 내 2주택 6%)을 적용해 부과한다. 늘어난 세금 부담을 피하려면 내년 6월 전에 법인 소유 주택을 처분해야 한다. 세제 개편안이 발표된 7월을 기점으로 법인 부동산 거래 추세가 변한 건 이 때문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일부 법인 투자자는 가격을 시세보다 낮춰서라도 처분을 서두르고 있다. 충북 청주시 복대동 '신영 지웰시티 1차' 전용면적 99㎡형을 가진 C법인은 4억6000만 원에 집을 내놨다. 6월 같은 층 같은 면적이 5억4500만 원에 팔렸던 것보다 8500만 원 저렴하다. 경북 구미시에 있는 '형곡 금호어울림 포레 2차' 전용 84㎡형을 가진 J법인은 2억7900만 원에 새 주인을 구하고 있다. 2억7779만 원에 아파트를 샀던 이 회사로선 취득세 등을 감안하면 밑지는 장사다.
문제는 처분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법인 투자자 가운데는 실제 투자 비용을 줄이기 위해 세를 끼고 집을 사는 일이 많았는데 개정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ㆍ전월세상한제) 시행으로 세를 낀 집이 인기가 줄었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는 법인 매물이 시세보다 싼 값으로 내년 상반기까지 꾸준히 시장에 풀릴 것으로 본다.
임병철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올해 말이나 내년 상반기에 법인 매물이 시세보다 싼 값으로 시장에 본격적으로 풀리면 꿋꿋하게 버티던 집값이 하락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