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작업에 난항을 겪고 있는 아시아나항공이 자본 확충을 결정했다. 이번 결단이 매각 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15일 아시아나항공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아시아나항공 본사에서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발행 주식 총수와 전환사채(CB) 발행 한도를 늘리는 정관 개정안이 가결됐다.
개정안은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 출석, 출석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통과된다. 이날 정관 개정안은 출석 주주 전원 찬성으로 통과됐다.
이로써 아시아나항공은 발행할 주식 총수를 기존 8억주에서 13억주로 대폭 늘리고, CB 발행한도 역시 7000억 원에서 1조6000억 원으로 2배 이상 늘릴 수 있게 됐다.
앞서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3월 정기 주총에서도 새로 발행할 신주 규모를 고려해 발행주식 총수를 기존 6억 주에서 8억 주로 늘리는 내용의 정관 개정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이번 자본 확충으로 아시아나항공은 악화된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아시아나항공의 올해 1분기 기준 부채비율은 6280%로, 전 분기(1387%)의 4.5배 가량 증가했다. 부채 규모는 전 분기 12조5951억 원에서 13조241억 원으로 크게 늘었고 자본잠식률이 94%까지 늘어나며 100% 완전자본잠식 위기에 직면해있다.
이에 앞서 KDB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지난 4월 아시아나항공에 1조7000억 원의 추가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고, 이 중 5000억 원을 영구 CB 매입 형태로 지원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현행 CB 발행한도가 7000억 원인 상황에서 이미 지난해 5000억원 규모로 CB를 발행한 점이 이번 발행 한도 확대 배경이 됐다.
한창수 아시아나항공 사장은 인사말을 통해 "지난 1분기부터 현재까지 항공산업 전체가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며 "이번 개정안은 코로나19 여파로 악화된 경영 상황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지난 32년간 아시아나항공이 축적한 경험과 역량을 바탕으로 올해 남은 기간 코로나19로 인한 위기를 극복하고 기업가치를 제고해 주주와 회사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극대화하도록 전 임직원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인 에어부산도 이날 임시 주총을 열고 발행주식 총수를 1억주에서 2억주로 늘리고, 전환사채 발행에 재무구조 개선 등 회사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조항을 추가하는 내용의 정관 개정안을 의결했다.
다만, 이번 주총 결과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 매각 과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 여부가 관건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지난 9일 채권단에 "인수를 원점에서 재검토하자"며 제동을 건 상황에서 채권단도 "재협상 조건을 제시하라"며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또 현산은 "현산과 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의 명시적인 부동의에도 아시아나항공은 추가자금의 차입과 부실계열회사에 대한 자금지원 등을 결정하고 관련된 정관 변경, 임시주주총회 개최 등 후속 절차를 강행하고 있다"며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만약 현산측이 우선협상대상자인 자신들의 동의 없이 자본 확충을 추진해 인수 부담이 커졌다고 꼬투리를 잡으면 향후 재협상에 난관이 예상된다. 정부지원으로 부채비율을 낮출 수는 있지만 사실상 빚으로 빚을 메우는 방식이기 때문 최종적으로 빚을 감당해야 하는 현산이 못마땅하게 여길 수 있다.
이번 정관 변경이 재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하거나 또는 판을 물리는 빌미가 될 수도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HDC현산 주장에 대해 “거래계약에서 정한 바에 따라 신의성실하게 충분한 자료와 설명을 제공하고 협의, 동의 절차를 진행해 왔다”며 문제가 없다고 해명하고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이 자구책을 마련했다는 점이 인수 재협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