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텍이 패키징 업황 개선과 일본 자회사 흑자전환에 힘입어 1분기 호실적을 거뒀다. 600억 원이 넘는 대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 청약을 앞둔 상태에서 기존 주주들의 투심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낭보다. 심텍은 증자 자금으로 본격적인 재무 개선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심텍은 최근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2029억 원과 영업이익 136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42%, 영업이익은 흑자전환하는 등 시장의 실적 기대치(컨센서스)를 상회한 어닝 서프라이즈다.
실적 호조에는 모듈PCB 수요 증가에 더해 그동안 적자가 누적됐던 일본 자회사의 흑자 전환이 주 요인으로 꼽힌다.
일본 자회사인 심텍 그래픽(구 이스턴)의 경우 2018년 152억 원, 작년에는 460억 원의 영업 손실을 냈지만, 올해엔 GDDR6용 기판 성장에 힘입어 실적이 큰 폭으로 올랐다. 회사 측에 따르면 분기 흑자 규모는 2억 원 가량이다. 본사 차원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서 모듈PCB 경쟁사의 중국 공장 생산이 차질을 빚으면서 반사이익을 봤다.
1분기 호실적은 심텍이 앞두고 있는 주주배정 유상증자 청약을 실권주 없이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 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지난달 발행가액 하락으로 인해 당초 900억 원을 넘던 증자 규모가 600억 원대로 크게 줄어드는 등 어려움을 겪은 상황에서 반가운 소식이다.
심텍은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재무개선에 박차를 가한다. 2016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3년 간 유동부채가 75% 가까이 증가하는 등 재무안전성에 빨간 불이 켜진 데 따른 것이다.
증자대금 619억 원 중 과반을 훌쩍 넘는 468억 원을 채무상환에 투입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300억 원 규모의 1회차 사모채를 상환하고, 산업은행 등으로부터 빌린 168억 원가량의 운전자금 대출금을 갚을 예정이다. 특히 사모채의 경우 연간 이자율이 5%에 달하고, 만기일도 6월로 임박해 회사 유동성에 걸림돌로 작용해왔다. 증자가 예정대로 마무리되면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420%에서 304%대까지 낮아진다.
한편 심텍의 최대주주인 심텍홀딩스가 구주주 배정분 100%를 청약할 예정이라고 밝히며 지분율 변동 우려도 일정 부분 덜 수 있게 됐다. 현재 심텍 지분 44.88%을 보유 중인 심텍홀딩스는 이번 증자에선 발행 신주 중 35.9%에 해당하는 326만8518주를 배정받게 될 예정이다. 취득 후 지분 비율은 42.31%로 소폭 낮아지지만 큰 무리는 없는 수준이다.
회사는 23일부터 이틀 간 청약기일을 거쳐 다음달 6일 증자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우리사주조합 우선배정 20%, 구주주 80% 순으로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