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 자동차 강판, 후판 등 철강 제품 가격이 각기 다른 흐름으로 전개되면서 철강업체들 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특히 가격 인상이 불투명한 자동차 강판의 매출 의존도가 높은 포스코, 현대제철의 1분기 영업이익은 작년보다 절반 이상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3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2분기 건설사 대상 철근 판매 가격은 톤당 66만3000원이다. 1분기(66만 원)와 비교했을 때 3000원 인상된 것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환율 급등으로 원자재인 철스크랩(고철) 가격이 상승한 데 따른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철근과 달리 조선, 자동차에 쓰이는 후판, 강판 가격은 예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조선ㆍ자동차 업체들은 코로나19 여파로 시황이 악화돼 철강 업체들의 가격 인상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진자 감소로 중국이 최근 경기 회복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중국향 철강 재고는 여전히 2500만 톤을 넘는다”며 “악재가 겹치는 상황에서 지난해와 비슷한 가격으로 동결된다면 업체들은 큰 피해를 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품 가격이 다른 양상을 보이면서 철강업체에 미치는 영향도 제각각이다. 후판, 강판은 양산하지만 철근을 생산하지 않는 포스코는 올해 1분기 부진한 실적을 기록할 전망이다.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포스코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6764억 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43% 하락한 수치다.
전체 매출의 약 20% 이상을 자동차 강판에 의존하는 현대제철도 비슷한 상황에 처해있다.
현대제철의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무려 89% 하락한 225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제철은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수익성이 악화된 충남 당진제철소 전기로 열연공장 사업 조정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 현대제철과 달리 동국제강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체질 개선 과정에서 후판 등 사업 비중을 줄이고, 철근ㆍ형강 등 봉형강 사업을 늘렸기 때문이다.
다만 동국제강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실적 하락이 불가피한 만큼 일찌감치 비상체제에 들어섰다.
장세욱 동국제강 부회장은 지난달 열린 주총에서 “위기일수록 각자의 자리에서 본연의 활동을 열심히 최선”이라며 “올해 내실 경영 기조를 더욱 강화하고, 수익성을 지키는 데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