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4월 국내 식품업계가 '생쥐깡'과 참치캔에서 커터 칼날이 발견되는 등 먹거리 안전 문제로 한차례 홍역을 치룬 가운데, 최근 중국에서 불어닥친 '멜라민' 쓰나미가 식품업계를 또 다시 뒤흔들고 있다.
최근 중국산 분유에서 멜라민이 검출되고, 홍콩과 중화권 지역을 중심으로 멜라닌 공포과 확산되고 있다는 소식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멜라민으로 인한 폐해에서 안전할 것이란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국내 굴지의 식품업체인 해태제과의 '미사랑 카스타드'에서 멜라민이 검출됨에 따라 소비자들은 충격에 빠졌고, 롯데제과의 중국법인이 생산하는 초콜릿 쿠키에서도 멜라민이 검출되자 해태제과와 롯데제과는 물론 타 식품업계까지 파장이 번져가고 있다.
주식시장에서 멜라닌 검출 관련주들이 일제히 약세를 보인 가운데, 멜라민이 검출된 업체는 직격탄을 맞았고 타 업체들 역시 동반 하락세를 보였다.
해태제과를 계열사로 둔 크라운제과는 멜라민 검출 소식이 알려진 지난 25일 장중 7만원대 주가가 무너지는 등 4200원(5.56%) 떨어진 7만원으로 거래를 마쳤고, 26일에는 보합권을 유지하며 간신히 7만원대 주가를 사수했다.
또한 롯데제과는 4만7000원(4.03%)이 떨어진 12만000원을 기록했으며, 농심은 2500원(1.10%) 떨어진 22만4000원을 기록해 25~26일 이틀 연속 하락했다. 반면 오리온은 증권사의 호평에 힘입어 500원(0.26%) 오른 19만1000원을 기록했다.
이에 증권업계에서는 멜라민 제품이 추가로 발견되면 사태의 장기화와 함께 제과업체 전반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하고, 당분간 식약청 등의 발표에 관심을 갖고 관망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차재헌 동부증권 기업분석팀 팀장은 "해태제과에 이어 롯데제과 중국법인에서도 멜라민이 검출되면서 국내시장에 미치는 파장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며 "상대적으로 국내시장에서 롯데제과나 오리온의 충격은 크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했으나 성급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차 팀장은 "중국산분유 파동은 전세계 식품시장에 재난수준의 충격을 주고 있다"며 "제과업체들의 자구노력과 경기하강에 따른 상대적인 수요증가, 가격인상으로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는 국내 제과시장에도 부정적인 뉴스임에 틀림없다"고 밝혔다.
과거 2번의 과자파동으로(아토피, 트랜지방 등 과자의 공포방영) 2004년과 2006년 타격을 받은 국내 건과시장은 각각 전년대비 10%가까운 매출이 감소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다만 현재까지 중국 분유원료를 쓰지 않은 것으로 추정되는 국내 롯데제과나 오리온의 주가가 과민하게 반응할 필요는 일단 없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박종록 한화증권 연구원은 "현재까지 중국산 유제품이 함유된 428개 제품 중 124개 제품에 대한 멜라민 검사만 완료한 상태여서 나머지 304개 제품에 대한 결과가 나오면 추가로 발견될 가능성이 있다"며 "또한 올해 1월부터 이달 20일까지 국내에 수입된 중국산유제품 함유제품은 총 1845건, 1만8195톤에 달하는 점을 고려해 보면 한국도 이번 파동에 안전지대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박 연구원은 "현 사태가 장기화 된다면 2006년 KBS 과자의 공포와 트랜스 지방 파동으로 제과류에 대한 불신이 팽배했던 2006년과 비교해 볼 수 있다"며 "당시 제과 출하량은 전년대비 6.9%감소한 23만640톤, 설탕과자류는 1.5% 감소한 14만909톤을 기록했고 제과 3사(롯데제과, 오리온, 크라운제과)의 2006년 전체 매출액 또한 전년대비 -2.8%, 영업이익은 -27.2%가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검사 결과 후 추가 멜라민 제품이 없다면 단기간의 해프닝으로 사건이 일단락 될 수 있으나 국내 유명 제과 제품에서 추가로 발견 된다면 사태 장기화와 함께 제과류 소비 감소 및 안전장치 마련을 위한 비용 증가등 제과 기업에 큰 부정적 사건이 될 수 있다"며 "사태를 주시하며 이들 기업에 대해 당분간 관망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반면 이경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사건은 과거 '트랜스지방 문제'처럼 제과 업체 전체에 타격을 주는 보다는, 품질 관리가 허술한 업체에 국한돼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며 "결국 품질 관리를 잘 해온 업체는 점유율이 상승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