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에 상장사 실적 기대치가 낮아지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한 달여 만에 증권가의 상장사 1분기 영업이익 전망은 전년비 ‘플러스’에서 ‘마이너스’로 변경됐다.
20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코스피)과 코스닥에 상장한 기업 중 증권사 3곳 이상이 전망치를 내놓은 137개 기업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19조8578억 원이다. 국내에 코로나 이슈가 터지기 전인 1개월 전 컨센서스 추정치(21조7955억 원)보다 8.9% 감소한 수치다.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전만 해도 증권가는 장밋빛 기대를 품었다. 1개월 전 1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전년 동기 실적(20조521억 원)보다 8.7% 높았다.
하지만 전염병 유행으로 경기 둔화가 예상되자 증권사들은 기업의 실적 전망치를 잇달아 하향 조정했다. 전년 동기 실적과 비교하면 1.0% 감소한 수치다.
업종별로 △석유 및 가스(-63.2%) △항공운수(-43.4%) △통신장비(-31.9%) △조선(-31.1%) △용기 및 포장(-29.3%) △화학(-21.5%) △미디어(-21.5%) △호텔 및 레저(-18.1%) 등 순으로 하향 조정폭이 컸다.
‘디스플레이 및 관련부품’은 한 달 전 추정치인 영업손실 2791억 원에서 적자가 3540억 원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개별기업 중에서는 에쓰오일(-71.7%), 티웨이항공(-70.2%), CJ CGV(-64.4%), SK이노베이션(-63.8%), 현대제철(-49.6%), 삼성SDI(-48.4%), 케이엠더블유(-40.6%) 등 순으로 영업이익 추정치 하향폭이 컸다.
또 삼성중공업, 제주항공, 하나투어, 모두투어 등은 적자 전환이 예상됐고 LG디스플레이는 적자 폭이 한 달 전 예상치보다 커졌다. 137개 기업 중에서 증권가의 눈높이가 높아진 곳은 33개(24%)에 불과했다.
특히 전염병에 경기가 출렁이면서 경기민감 업종인 석유 및 가스, 조선, 화학 등에 실적 빨간불이 들어왔다.
황유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내 도시 봉쇄와 주요 도로 통제, 외출 금지 명령으로 각종 플라스틱 제품의 소비자 수요가 크게 감소했다”며 “전 산업에 걸친 공장 가동률 하락으로 관련 포장재와 외장재 등 산업용 석유화학 제품 수요도 함께 줄어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극장 관람, 여행, 쇼핑 등의 소비 수요가 위축되면서 미디어ㆍ호텔레저ㆍ항공운수에 대한 기대감도 낮아졌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가 미칠 영향은 생산 차질에 따른 제조업 둔화뿐만 아니라, 관광객 감소와 소비 둔화 등 내수 위축에 따른 서비스 둔화까지 예상된다”며 “특히 인접한 아시아 국가들은 상반기 경기 위축이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다만 전염병 국면 회복을 위해 중국이 적극적인 경기 부양에 나설 경우 시황이 반전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중원 현대차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중국 부양책 기대와 함께 올해 상반기 한ㆍ중 관계 개선 기대가 높아 화장품, 호텔과 소프트웨어 등 중국 소비 관련 업종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며 “전세계 및 국내 경기선행지수가 4개월 연속 반등하는 등 경기가 저점이라는 기대에 따라 2분기부터 경기 민감주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