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전에 중국으로 가서 연휴 끝날 때 들어왔지. 그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해) 난리가 나기 전이잖아? 중국인이 이렇게 많은데 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 모르겠어."
5일 서울 중구 동대문 도매시장 상인이 기자에게 건넨 말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확산하면서 국내 곳곳이 비상이 걸렸지만, 동대문 도매시장은 관리 사각지대에 놓였다고 토로했다. 본지 기자가 현장을 살펴보니 허점이 눈에 띄었다.
동대문 도매시장과 명동은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국내 관광 명소다. 쇼핑할 수 있는 장소가 몰려있는 것이 주요 요인. 관광객을 상대하기 위한 중국인 직원도 적지 않다. 2018년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중구에 2651명의 중국인이 거주하고 인근 종로구에도 3717명이 산다. 이들 중 일부가 국내 관광 명소에서 일하고 있다.
명동처럼 한국인과 중국인이 뒤얽혀 사는 곳이지만 상황은 다르다. 동대문 도매시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비태세를 제대로 갖추고 있지 않았다. 대형 쇼핑몰이 발열 카메라를 설치해 입장객의 온도를 확인하고 위생관리에 힘쓰는 동안 동대문 도매시장에서는 그 흔한 손 소독제도 구경하기 힘들었다. 마스크를 안 쓴 직원들도 곳곳에 눈에 띄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둔감한 자영업자들도 있었다. 도매시장에서 30년째 옷을 팔고 있는 한 자영업자는 "이것보다 더한 것도 견뎠는데 뭘"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한 중국인 직원 역시 "중국과 비교하면 한국은 안전한 것 같다.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답했다.
설 전에 중국으로 떠나 연휴가 끝날 때 들어온 중국인들에 대한 관리도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는 말까지 나왔다. 중국인 관광객이 많은 만큼, 도매시장에서 일하는 중국인도 많은데 이들이 중국 어디서 왔는지 모른다고 했다. 평화시장 내 한 자영업자는 "우한에서 왔는지, 베이징에서 왔는지 어떻게 알겠느냐"며 "감염된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믿어야지"라고 말했다.
실제 이들은 설 연휴 끝 무렵인 지난달 26일과 27일께 한국에 돌아왔다. 그때는 이미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 성을 넘어 중국 전역으로 확진자가 증가했던 시기다. 우한 외에 다른 곳에 방문했더라도 감염 가능성이 있다. 도매시장을 방문해야 하는 사람들 일부가 불안에 떠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동대문 도매시장은 서울 내 자영업자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이곳에서 물건을 싣고 떠나는 퀵서비스도 많다. 현재까지 동대문역이나 도매시장이 확진자 이동동선에 없지만 유증상자나 확진자가 발생하면 이동 동선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
평화시장에서 일하는 김모(41) 씨는 "젊은 사람들이야 위생에 신경 쓴다고 손도 자주 씻고, 손 소독제도 사다 놓고 쓰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많다"며 "대기업 프랜차이즈가 아니다 보니까 위생 관리도 제각각이고 퀵(서비스)하시는 분들은 그럴 여력도 없는 것 같다. 혹시나 여기서 확진자가 나오면 문제가 커지지 않겠냐"고 설명했다.
동대문 도매시장의 특성과 위생관리 실태에도 담당 구청은 실태 파악도 제대로 안 된 모양새다. 서울시가 중국 우한에서 입국한 외국인 205명을 전수조사하겠다고 밝혔지만, 중구에 전수조사 대상자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상태다.
중구청 관계자는 "이런 문의는 보건소로 해보시라"며 보건소로 전화를 넘겼다. 하지만 보건소에서는 "전수조사자료가 있는지 아직 모른다. 우리한테 없다"고 말했다. 위생관리를 위해 필요한 마스크나 손 소독제에 대해서는 "개별적으로 사서 사용하는 게 원칙이다. 구청이나 보건소가 지급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종로구청의 답변도 대동소이했다.
일 때문에 동대문을 자주 찾는다는 최현호(33) 씨는 "도매시장은 대기업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수 없을 것"이라면서 "사람이 많이 찾는 곳이고, 중국인 직원도 많은 만큼 보다 철저한 관리가 이뤄지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