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투자증권이 IB(투자은행)수익 다각화의 일환으로 M&A 인수금융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 그동안 유진투자증권 IB 부문은 기업공개(IPO)와 채권운용,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에는 적극 나섰지만 인수금융 부문 실적은 거의 미비했다. 그러나 IB부문의 역량 강화를 위해 수요가 늘고 있는 인수금융 주선에 본격 가세하게 됐다.
16일 IB업계에 따르면 유진투자증권은 작년 12월 광림의 남영비비안 경영권 지분 인수건을 시작으로 M&A 인수금융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인수금융 주선이란 M&A에서 기업이나 PEF(사모투자펀드) 등에 인수대금 중 일부를 조달해주고 수수료를 받는 것을 뜻한다.
광림은 남석우 회장 등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남영비비안 지분 58.93%와 경기도 화성 물류센터 토지를 총 650억 원에 매입하기로 결정했다. 광림이 인수자금 납입을 남영비비안 지분을 매각해 유동화하고 전환사채(CB)를 발행하는 구조로 진행하면서, 유진투자증권은 220억 원 규모의 CB 발행을 직접 주관했다.
유진투자증권의 인수금융 주선 업무는 기업금융본부 산하의 기업금융1팀과 2팀이 일임한다. 유진투자증권 관계자는 “IB수익 다각화를 위해 인수금융 관련 논의를 진행해왔다”며 “광림을 시작으로 400억~500억 규모 딜의 인수금융 주선에 적극 뛰어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서 유진투자증권은 1월 1일 기준 IB강화를 위해 기존에 전무(본부장)급에서 총괄하던 IB본부를 부사장이 직접 맡는 ‘IB부문’으로 승격시켰다. 이와함께 기존 IB본부에 있던 4실(기업금융실·IPO실·PF1실·PF2실)도 모두 ‘본부’로 상향 개편했다. 시장이 IB 부문이 중심이 되고 있는 만큼, 경쟁력을 강화를 위해 조직 재정비와 함께 사업 확대를 결정한 것이다.
인수금융은 당초 은행의 고유 업무였으나 2013년 금융당국이 한국형 초대형IB 육성에 나서며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제도를 도입하면서 증권사에도 인수금융 사업이 허용됐다. 이에 대형 증권사들이 초대형 IB 인가를 앞두고 자기자본을 늘리기 시작하면서 인수금융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중소형증권사들도 IB부문 경쟁력 강화에 나서면서 향후 인수금융 진출은 더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2018년 현대차증권은 SK하이닉스가 참여한 한·미·일 컨소시엄의 도시바메모리 인수전에 국내 유일의 인수금융 주관사로 나선 바 있다. DGB 금융지주에 인수된 하이투자증권도 지주내 기업투자금융(CIB) 협의체를 통해 인수금융에 진출할 가능성이 높은 증권사로 꼽힌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인수금융을 한다는 것은 기업 인수의 일시적 자금 수요에 대해서 신용공여를 하겠다는 의미로 자금 확보가 중요하다”며 “중소형사들도 자금 공급만 확보된다면 IB를 강화하는 추세에서 인수금융 사업은 충분히 고민해볼 수 있는 영역”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