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겨울철이면 밥상 위에 자주 등장했던 우거짓국과 시래깃국. 된장국을 즐겨 끓이셨던 어머니는 추운 겨울철에는 된장국의 주재료로 우거지와 시래기를 애용하셨다. 입이 짧아 밥 먹는 걸 싫어했지만 밥상 위에 시래깃국이 올라오는 날에는 밥 한 그릇을 뚝딱 해치웠다. 겨울철 김장김치와 함께 맛있게 먹었던 우거짓국과 시래깃국. 한겨울에 유독 많이 먹었던 이유를 그땐 미처 알지 못했었다.
지금은 마트에 가야 겨우 찾아볼 수 있는 우거지와 시래기, 어린 시절에는 김장철이 지나면 지천으로 있었다. 먹을 것이 요즘처럼 풍족하지 않아서인지 어머니는 김장을 할 때에도 버리는 것이 거의 없었다. 김장 재료로 쓰지 못하는 배추의 시들고 지저분한 겉 이파리, 무의 줄기와 잎 등을 따로 모아 두었다가 염장을 하거나 햇빛에 말려서 조림, 무침, 국 등 다양한 반찬으로 만드셨다.
이러한 재료들은 일상에서 우거지와 시래기로 혼용되고 있는데, 두 단어는 의미상 차이가 있다. 우거지는 푸성귀를 다듬을 때에 골라 놓은 겉대를 이르는 말로, 보통 배추의 맨 겉쪽에 덮여 있는 잎을 말한다. 반면 시래기는 무청이나 배춧잎을 말린 것을 의미한다.
그러면 배추의 맨 겉쪽을 말린 것은 우거지일까, 시래기일까. 배추의 맨 겉쪽에 있는 이파리 자체는 우거지이지만, 이를 말리면 시래기가 된다. 따라서 배추 시래기가 맞다.
우거지가 헷갈린다면 어원을 살펴보면 이해하기 쉽다. 우거지는 위를 의미하는 ‘웃’에 ‘걷(다)’과 접사 ‘이’가 결합된 말이다. 배추 등 채소의 윗부분이나 겉 부분을 걷어낸 것이 우거지이다. 김장 김치나 젓갈의 맨 위에 덮여 있는 배춧잎이 그것이다.
반면 시래기는 어원이 분명치 않으나, 우리말 어원을 연구해온 최창렬 전북대 명예교수에 따르면 ‘무·배추를 다듬고 남은 부스러기 이파리’라는 뜻으로, ‘사라지다’의 고어인 ‘슬어지다’의 어근 ‘슬-[鎖]+-아기(접사)’에서 온 말로, ‘시락이’에서 ‘시래기’로 변화를 거쳤다고 한다.
칼슘, 비타민 등이 풍부할 뿐 아니라 식이섬유 함량이 높은 우거지와 시래기는 겨울철 부족한 영양소를 채워주는 종합영양제와 같은 식재료이다. 오늘 저녁 우거지무침에 시래깃국으로 밥상을 차려 보면 어떨까. 어떤 웰빙 음식도 부럽지 않은 훌륭한 식재료로 겨울을 건강하게 날 수 있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