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혁신은 아래서부터

입력 2019-12-1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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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의 한자어 뜻은 가죽을 새롭게 한다는 의미다. 한 국가가 혁신하려면 기존의 행동과 제도를 모두 내려놓고 새로 태어나야만 ‘새 가죽’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한국의 금융 혁신은 아직 멀었다. 최근 중국 상해와 항주를 방문해 중국의 간편결제 사용 현황을 경험했다. 여행 기간에 상해에서 항주로 일반 기차를 타고 이동했다. 그리고 이 기차 안에서 진짜 혁신을 목격했다.

중국 일반 기차에서는 아직도 간식 카트와 도시락 카트를 운영하고 있었다. 한국 기차에서는 볼 수 없는 도시락 카트를 보고 반가운 마음에 14위안(2300원)짜리 도시락을 샀는데 그곳에서도 간편결제가 가능했다. 여전히 기차 통로에서 흡연하고, 이어폰 없이 드라마를 보는 중국 완행열차 풍경 속에서 이뤄진 QR결제는 생경한 풍경이었다.

올해 금융위원회는 혁신금융을 최우선 정책과제로 삼고 정책을 추진했다.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사실을 매달 알리고, 연내 혁신금융서비스 100건 지정을 달성하겠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하지만, 혁신이라고 부를만한 금융 서비스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물론, 은행의 통신업이나 월세 신용카드 결제 등 생활 편의를 높여줄 서비스가 허가돼 곧 만날 수 있을 전망이다. 하지만, 이는 금융혁신보다 규제 완화에 가깝다. 금융이 탈바꿈해 소비자의 금융 서비스 이용 환경이 바뀌고, 생활이 바뀌어야만 혁신이라고 부를 수 있다. 중국은 현금에서 곧장 간편결제로 결제수단을 혁신했다.

혁신은 아래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정부가 내세울 수 있는 혁신서비스보다 당장 소비자가 느끼고 삶의 방식이 바뀔 수 있는 서비스가 먼저 나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앞장서는 것보다 민간 기업이 가감 없는 혁신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도록 뒷받침해야 한다.

중국의 금융은 민간기업의 힘으로 혁신에 혁신을 거듭하고 있었다. 우리 금융당국도 관 주도의 혁신, 몇 건을 채우겠다는 정책목표의 혁신을 내려놓고 민간으로부터의 혁신을 준비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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