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서초 잠원동 사무실에서 만난 신반포 3차·경남아파트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앞으로 계획을 묻는 말에 “강행하는 수밖에 별수가 있나”라고 말했다. 조합은 29일 임대관리업체인 트러스트 스테이에 3.3㎡당 6000만 원에 일반분양 물량을 전부 매각하기로 의결했다. 하지만 서울시와 국토부는 물량을 매각하려면 재건축 정비계획부터 다시 승인받으라며 제동을 걸었다.
조합에선 서울시와 국토부가 반대를 거두지 않으면 행정소송까지 준비한다는 계획이다. 임대사업자에게 주택 전부를 우선 공급할 수 있도록 한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민특법)’이 조합의 법적 무기다. 이 관계자는 “조합원의 열의는 이미 총회에서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반면 서울시와 국토부는 통매각 결정은 중대한 사안인 만큼 서초구 등의 인가를 거쳐야 한다며 강경한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박순규 서울시 공동주택과장은 “주택 공급에 관한 법령과 규칙을 따라야 한다”며 “(통매각 결정은) 주택 공급 질서를 교란시키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아직 착공하지 못한 원베일리는 민특법 적용을 받을 수 없다는 게 서울시 등의 해석이다. 박 과장은 이어 “서울시에선 전혀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몇 번 표명했다”며 “정비계획을 변경하지 않으면 허가해줄 수 없다고 국토부와 협의하고 이를 서초구에도 통보했다”고 말했다.
서울시 등의 주장대로, 서초구가 조합에 정비계획을 변경해 허가를 받을 것을 요구하면 매각은 좌초할 가능성이 크다. 서초구가 이달 초 분양가 상한제의 적용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많기 때문이다. 민특법에선 분양가 상한제 적용 주택은 기업형 임대사업자에게 통매각을 불허하고 있다.
원베일리의 향방을 두고 시장의 관측도 엇갈리고 있다. 고객 중 원베일리 조합원이 많다는 공인중개사 A씨는 “조합이 법 테두리 안에서 이번 매각을 준비해 왔다”며 “조합의 단결력이 워낙 좋다. 끝까지 싸움을 가지고 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조합도 어지간하면 물량을 가지고 갔을 것이다. 그런데 분양가 상한제 적용은 너무 하지 않느냐”고도 덧붙였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면 현재 3.3㎡당 4900만 원인 분양가가 3000만 원대로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반면 또 다른 공인중개사 B씨는 조합의 싸움에 회의적이다. 그는 “만약 매각이 허용되면 둔촌주공 등 다른 재건축 단지에서도 유사한 방식으로 분양가 상한제를 피해갈 것”이라며 “국토부나 서울시에서 매각을 허가할 가능성은 낮다”고 예상했다. 이어 “왜 이기지 못할 싸움에 그렇게 많은 분들이 찬성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