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가 독점하던 파생지수 개발사업에 민간기업도 진출할 길이 열린다. 지수 개발을 둘러싼 금융투자업계와 거래소의 잡음도 사그라들 것으로 보인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거래소가 파생시세(선물·옵션 가격, 최종거래 등) 데이터를 민간 지수개발 사업자에게도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민간 지수개발 사업자도 다양한 파생지수와 상품을 개발할 수 있게 돼 시장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대표 지수개발 사업자는 한국거래소와 에프앤가이드 두 곳이다. 그러나 코스피200, 코스닥150 선물·옵션 등 파생지수를 보유 중인 곳은 한국거래소가 유일하다. 파생시세 데이터를 유일하게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증권사나 자산운용사가 원하는 파생지수를 한국거래소에 요청하면 위탁·개발하는 방식으로 운용됐다.
그러나 이를 둘러싸고 재산권과 사용권 등 잡음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지난해 큰 인기를 끌었던 ‘양매도 ETN’을 개발한 한국투자증권도 한국거래소 측에 해당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한국투자증권이 아이디어를 최초로 제시했지만 거래소가 개발했다는 이유로 소유권을 가져갔기 때문이다. 동시에 지수 사용료도 지불해야 했다.
관련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민간 사업자가 신규 파생결합증권(ETN 등) 등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공한 경우에는 제안자에게 일정 기간 배타적 사용권을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반대로 지수사업자가 거래소 지수에 기반한 상품을 제시해도 재산권이 개발자에게 귀속되지 않는다.
에프앤가이드 관계자는 “파생 관련 데이터가 없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파생지수를 개발하지 못했다”며 “만약 거래소가 시세를 제공한다면 이를 바탕으로 자산운용사들이 원하는 ETF(상장지수펀드), ETN(상장지수채권) 등 파생지수를 개발해 운용 폭이 넓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민간 지수개발 사업자에게 시세가 공개되면 코스피200이나 코스닥150 등 한국거래소가 보유한 지수에 기반한 상품 개발도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시세정보 사업이 한국거래소 매출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신중한 검토 과정을 거칠 예정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연구 용역을 통해 해외 사례나 관련 규정, 지수사업자의 소유권과 지식재산권 보호 장치 등을 확인할 것”이라며 “또 시세 정보를 어떻게 어느 범위까지 제공할지, 시기와 대상 등에 대한 조사도 이뤄진다”고 말했다.
최창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는 한국거래소에 지수를 위탁 개발하면 3개월 정도 걸리는데 민간사업자가 등장하면 기간이 더욱 짧아질 것”이라며 “다양한 파생지수가 나오면 이를 추종하는 다양한 상품이 등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선의의 경쟁으로 거래소도 자극을 받아서 재밌는 지수들을 만들어낸다면 파생시장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