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연합회가 법정 경제단체 중 처음으로 ‘정치 세력화’를 천명했다.
30일 소상공인연합회는 ‘2019년 제2차 임시총회’를 열고 ‘정치활동 금지조항 삭제’에 관한 정관 개정 안건을 통과시켰다. 연합회는 이날 오후 3시 30분 열린 임시 총회에서 정관 5조 ‘정치 관여의 금지’ 조항을 삭제하는 방안을 참석 회원 40명의 결의로 통과시켰다. 동시에 총회에서는 △최저임금 차등화, 주휴수당 문제 등 당국의 문제 해결 촉구 △미세먼지 저감 대책 실천 △일본의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 철회 촉구 결의안이 채택됐다.
연합회는 “일본의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은 소상공인을 폐업에 이르게 할 만한 사안”이라며 “이 같은 내용을 일본 정부에 공문으로 제출하고, 일본 정부가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철회하도록 촉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소상공인연합회 정관 제5조에는 제1항에서 ‘정치에 관한 모든 행위를 할 수 없다’, 제2항에서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 또는 특정인에 대한 당선·낙선 운동을 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같은 정치 활동 금지 조항을 삭제하는 정관이 통과되면서 공은 중기부로 넘어갔다.
중기부 소상공인정책과는 소상공인연합회의 정치 활동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검토해 소상공인연합회에 정관 변경 가능 여부를 최종 통보한다는 방침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판례, 외국 사례, 우리나라 사례 등 다양하게 검토할 것”이라며 “법률 해석하는 분들에게 자문을 받아 검토하는 것이고, 중기부가 자의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2014년 4월 당시 중소기업청으로부터 설립 허가를 받은 법정 경제 단체다. 중소기업중앙회, 대한상공회의소 등 여타 법정 경제 단체는 각각 특별법인 상공회의소법과 중소기업협동조합법에서 정치 활동을 금지하고 있다. 그런데 ‘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는 정치 활동에 관한 규정이 없다. 정치 세력화를 공식적으로 천명한 법정 경제 단체도 소상공인연합회가 최초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민주노총, 한국노총과 비교하며 소상공인연합회가 정치 세력화를 하는 것에 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민주노총이나 한국노총도 정부로부터 예산을 지원받는데 정치 활동을 한다”고 말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중기부로부터 매년 약 29억 원가량의 운영비를 지원받고 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고용노동부로부터 과거 사무실 임차료 등을 지원받기도 했으나 현재는 직접 지원은 받지 않고 있다.
최 회장은 “연합회가 대단한 정치활동을 한다는 것이 아니다”라며 “회원 개개인이 아니라 연합회가 조직적으로 정치인이나 정당을 지지하고 투표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둔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중기부는 홍종학 전 장관 때와 달리 박영선 장관 취임 이후 소상공인연합회와 소통ㆍ포용하는 기조를 유지했다. 박 장관 취임 뒤 첫 경제단체 만남으로 소상공인연합회를 택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그런데 올해 최저임금 인상 과정에서 소상공인연합회가 요구해온 제도 개선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연합회는 끝내 정치세력화 카드를 뽑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