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스위스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창구를 통해 한진칼 지분을 대량 매입한 주체가 에어버스일 것이란 추정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25일 재계와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CS는 지난달 13일부터 전일까지 약 한달간 145만 주 (약 564억 원) 가량의 한진칼 주식을 순매수했다.
이는 한진칼 지분 약 2.4%에 해당되는 규모로 한진가 3남매 각각의 지분율보다 높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한진칼 지분 2.34%,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2.31%, 조현민 한진칼 전무가 2.27%를 보유하고 있다.
최근 대한항공과 협력관계를 구축한 미국 델타항공은 한진칼 지분 4.3%를 매입했다고 공개했다. 향후 10%까지 지분을 늘리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주요 매수창구는 골드만삭스였다.
델타항공은 “대한항공과 조인트벤처 가치에 기반을 두고 있는 만큼 이 투자가 우리의 관계를 더욱 강화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CS내부 사정을 잘 아는 IB업계 관계자는 “고객 정보보호차원에서, 또 펀드를 통한 접근 등의 이유로 CS 창구를 통한 최종 매매자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는 없지만 골드만삭스 창구를 통한 투자자로 같은 국적 델타항공을 추정해냈다”면서 “이 같은 원리로 유럽계 CS창구를 통한 매수주체는 국적을 좁혀 생각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매수주체가 에어버스일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에어버스는 20년지기 델타항공보다도 더욱 오랜기간(45년) 한진그룹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1974년 고(故) 조중훈 전 한진그룹 회장이 유럽 항공사를 제외하고 세계 최초로 A300-B4 항공기를 도입키로 결정하며 에어버스와의 인연이 시작됐다.
2000년 초반에는 9·11 테러, 이라크 전쟁 등으로 글로벌 항공산업이 위기에 봉착했음에도 고(故)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은 A380 초대형 차세대 항공기(총 10대) 도입을 결정했다.
아울러 대한항공은 2009년부터 독자 개발한 A320 항공기 날개 구조물인 샤크렛을 현재까지 2800여대 이상 납품하며 2016년 A330NEO 기종의 샤크렛 공급사로 선정됐다. 이달 19일(현지시간)에는 에어버스와 차세대 날개 공동 개발 프로젝트 ‘Wing of Tomorrow’ 협약 서명식을 가지기도 했다.
현재 한진가 3남매 지분에 고 조양호 회장의 지분 17.70%을 비롯한 특수관계인 지분을 더하면 28.70%이 된다. 향후 델타항공이 지분율을 10%까지 높이고 여기에 에어버스까지 가세할 경우 한진가 일가의 우호 지분은 40%를 넘어 경영권 방어에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