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는 문재인 대통령의 말레이시아 방문을 계기로 한국 기업들의 말레이시아 시장 진출에 있어 유의해야 할 5가지 사항을 ‘M.A.L.A.Y’ 키워드로 제시했다.
말레이시아는 우리 정부 신남방정책의 대상이자 구매력이 있는 중산층과 세계적 수준의 국가경쟁력을 보유한 국가다. 한국 기업들의 아세안 진출은 물론 향후 이슬람 권역 진출까지 염두해 둘 수 있는 시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M.A.L.A.Y’ 다섯가지 키워드는 각각 마하티르 신정부,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 보류, 국가경쟁력 수준, 시장 진출 다양성, 젊고 구매력 높은 중산층을 의미한다.
먼저 마하티르 신정부에 대해 전경련은 “마하티르 총리는 비리로 드러난 막대한 국가부채 문제 해결과 함께, 조세개혁, 공무원 임금인상 계획 백지화 등 다양한 개혁 조치를 추진하고 있다”며 “이에 대한 향후 비즈니스 영향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의 보류는 국가부채 감축이 마하티르 정부의 최우선 과제로 떠오르면서 재정이 많이 투입되는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의 재검토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뜻이다.
실제로 동아시아에서 가장 큰 프로젝트인 ‘말레이시아-싱가포르 고속철도(HSR)’의 경우 2020년까지 연기가 결정됐으며, 중국 일대일로의 핵심 구간 중 하나인 ‘말레이시아 동부해안철도(ECRL)’, 도시철도(MRT3) 사업 역시 신정부 수립 후 중단된 바 있다.
전경련은 “인프라 건설수주는 당분간 줄어들 가능성이 높기에, 국내기업은 석유화학·건설 분야에서 기회를 모색하거나 중단된 인프라 프로젝트의 향후 재개 여부를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경련은 “한국·중국보다 높은 수준의 국가경쟁력을 갖춘 말레이시아의 시스템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작년 기준 IMD(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가 발표한 국가경쟁력 지표의 경우 말레이시아의 종합순위가 63개국 중 22위로 우리나라(29위)와 일본(25위)보다 앞선다.
같은 해 WEF(World Economic Forum)에 따르면 말레이시아의 국가경쟁력 종합순위는 140개국 중 25위로 아세안 내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등을 넘어서며, 중국과 인도보다도 높은 경쟁력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세부지표인 제도, 기술, 생산물 시장, 노동시장, 금융시스템, 기업 활력 측면에서는 우리나라보다 순위가 높다.
말레이시아는 과거 영연방으로 영어가 통용되는 문화권이면서, 전기전자 및 자동차 등의 제조업 기반과 풍부한 원자재를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 다양한 산업군에서 진출 이점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아울러 전경련은 작년말 발효된 CPTPP에 한국이 참여하고 있지 않은 가운데, 말레이시아는 CPTPP 등 지역무역협정 활용 가능성이 높은 국가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KOTRA에 따르면 CPTPP를 통해 말레이시아는 전자기기, 고무, 석유화학 제품, 팜오일 등을 중심으로 연간 2~8% 가량 수출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며, 특히 캐나다, 멕시코, 페루 내수시장 개척이 유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식품, 의약품, 화장품 등에 적용되는 말레이시아의 할랄인증(JAKIM)을 통해 중동을 비롯한 기타 이슬람 시장 진출의 교두보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톰슨로이터의 GIEI(Global Islamic Economy Indicator)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말레이시아는 이슬람 73개 경제권 중 1위이며, 특히 할랄식품과 이슬람금융 등에서 월등한 수준이다.
이를 고려할 때 국내기업의 할랄시장 진출 대상으로 적절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마지막 키워드인 '젊고 구매력 높은 중산층'에 대해서는 “말레이시아는 중위연령이 28.3세로 젊고, 경제활동참가율도 68.0%에 이르는 등 구매력을 갖춘 다수의 젊은 인구가 개방적인 무슬림 소비문화를 가지고 있어 국내기업은 한류, 고급소비재 등을 통해 현지시장을 공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엄치성 전경련 국제협력실장은 “말레이시아는 아세안의 대표 국가 중 하나로 우리나라에게는 LNG 등 자원공급처이자 생산기지, 건설시장으로 기능해 왔다”며 “61년 만에 정권교체가 이뤄진 만큼 여러 정책적 변화에 유의해야 하며, 마하티르 정부의 동방정책과 우리의 신남방정책과 연계해 말레이시아를 소비재 시장이자 중동 진출의 교두보로 삼을 필요가 있다”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