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승전 최저임금’ 탓만 할 건가

입력 2019-03-03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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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선 유통바이오부 기자

경기지표가 악화할 때마다 원인으로 지목되는 ‘최저임금’. 최저임금 인상 탓에 고용이 부진하고, 외식물가가 오르고, 자영업자 폐업이 늘고, 국내 공장이 해외로 나간다고 한다. 경기가 고꾸라지는 모든 일에 ‘최저임금 인상 탓’이 붙는다. 과연 그럴까.

최저임금 인상 이후 길거리 상인들을 인터뷰한 적이 있다. 이들은 대체로 최저임금 인상이 장사에 영향을 미쳤다는 데 동의했다. 그도 그럴 것이 “최저임금이 오르고 인건비 부담이 있느냐”라고 질문했으니, 임금이 올랐는데 아무런 부담이 없다고 답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리고 이어지는 말에 그들의 진짜 속사정이 나온다. 상인들은 “최저임금보다 임대료가 더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어느 상인은 계산기를 들고 와 하루 5시간씩 두 명의 아르바이트생을 쓰는데 전년보다 올해 최저임금이 830원(8350-7530원) 올랐으니 인건비로 24만9000원이 더 나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물론 부담이긴 하다. 그런데 몇 천만 원씩 내는 임대료에 비하면 이건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장사가 안 되고 상권이 죽어도 임대료는 요지부동, 심지어 고공행진이기 때문이다.

방송인 홍석천 씨도 ‘기승전 최저임금’ 탓에 홍역을 치렀다. 그가 이태원에서 운영하던 가게 중 두 곳을 폐업했는데, 일부 언론에서 최저임금 인상을 폐업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한 것. 이에 홍 씨는 “최저임금 인상이 직접적 요인은 아니었다”며 “임대료 등 여러 가지 이유로 폐업을 결정했다”고 해명했다.

올해 최저임금 인상 폭이 예년보다 높았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의 부정적 영향을 짚어내는 기사들과 달리 실제 현장을 나가 보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최저임금이 실업, 소득 양극화 등에 영향을 미쳤다는 학계의 연구 결과도 부정과 긍정으로 나뉜다.

최저임금 인상을 옹호하는 게 아니다. 다만, 모든 걸 최저임금 탓으로 돌려도 되는지, 그러는 과정에서 진짜 더 큰 문제점을 놓치진 않았는지 더 깊이 생각해 보자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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