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적극적 주주권 행사에 대한 의지를 연이어 드러내고 있다.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국민연금이 삼성그룹 계열사에 대해 주주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이전보다 커지는 분위기다.
국민연금이 지분 5%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은 약 300곳으로 그룹사 별로는 삼성그룹과 SK그룹 계열사에 가장 많이 투자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지분이 5% 이상인 삼성그룹 계열사는 12곳이며 10% 이상은 호텔신라와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증권 등 4곳이다.
보유 지분이 5~10% 사이면 한진칼이나 남양유업과 같은 정관변경을 요구하는 적극적 주주권 행사가 가능하다. 이에 해당하는 삼성 계열사는 8곳이다. 만약 10%룰이 개정되면 12곳 모두에 대해 단기차익 반환 부담을 벗고 경영참여를 선언할 수 있다.
삼성전자에 대해서도 10%룰의 적용을 받지 않고 경영참여가 가능하다. 11일 현재 국민연금의 삼성전자 지분율은 의결권 있는 주식(보통주) 기준 9.99%이다. 최근에는 10% 내외를 오르내리며 지분율 변동을 나타냈다. 국민연금은 삼성전자의 단일 최대주주다.
국민연금은 2016년, 2017년까지 삼성전자 주주총회에서 찬성 '거수기'였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이상훈 이사회의장의 사내이사 연임에 반대표를 던지면서 달라진 태도를 보였다.
감독의무 소홀이 이유였다. 당시 이 의장은 삼성 노조 와해 검찰 수사 피의자로 수사를 받고 있었다. 국민연금의 반대는 이를 유념에 둔 것이다. 다만 국민연금의 반대에도 이 의장은 연임에 성공했다.
오는 3월에는 삼성전자 사외이사 6명 중 3명의 임기가 만료된다. 삼성전자는 이들에 대한 연임 또는 신규 이사 선임 안건을 이번 주총에 올려야 한다. 임기 만료 이사 중에는 장기 연임자가 있는데 국민연금은 과거 삼성 계열사 주총에서 장기 연임 임원에 대해 반대표를 행사한 바 있다.
하반기 임시 주총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의 연임 안건이 올라올 예정이다. 이 부회장의 사내이사 임기는 10월 26일 만료된다.
국민연금과 삼성그룹은 과거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의 악연을 갖고 있다. 확률은 낮으나 이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한 대법원 판결에서 유죄판결을 받으면 조양호 회장과 같은 이슈가 발생해 국민연금이 반대 의결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증권가 관계자는 "지금은 국민연금이 주주권 행사를 시작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한진 등 외부에 문제가 많이 노출된 기업처럼 가장 필요한 부분부터 할 것"이라면서 "삼성전자는 가장 마지막 단계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장의 충격이나 기업 이미지 등을 고려하면 삼성전자에 대해 국민연금이 움직이기는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