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은행(WB)의 74년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총재가 탄생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주 갑작스럽게 사의를 표명한 김용 총재의 후임으로 니키 헤일리 전 유엔 주재 미국 대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녀인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보좌관 등이 거론되고 있다고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김 총재는 지난 7일 임기를 3년 이상 남겨둔 상황에서 2월 1일자로 물러난다고 발표했다. FT에 따르면 김 총재의 후임으로는 헤일리 전 대사와 이방카 보좌관 외에 데이비드 몰패스 미 재무부 국제담당 차관, 마크 그린 미 국제개발처(USAID) 처장도 거론되고 있다.
그동안 미국은 세계은행의 최대 출자국으로서 창설 이래 줄곧 총재를 지명해 왔다. 김 총재는 이례적으로 선거를 통해 선출된 첫 미국인이었다.
세계은행은 개발도상국의 발전과 빈곤 퇴치를 지원하는 국제 금융기구이지만 세계은행 내에서는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국제 협력에 소극적인 미국 정부의 영향력이 강해질 것이라는 경계심이 팽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개발도상국 쪽에서 미국에 맞서 해외 경험이 풍부한 인물을 후보로 옹립하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후임 역시 역대 세계은행 총재들처럼 미국 쪽에서 지명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거대 경제권 구상인 ‘일대일로’와 지구 온난화 대책에 관한 세계은행의 대출을 제한할 것으로 보인다고 FT는 지적했다.
이방카는 2017년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출연한 10억 달러 규모의 여성 기업가 지원 재단 설립에 참여하였고, 헤일리 전 대사는 지난해 12월 유엔 주재 미국 대사직에서 물러난 상태다. 둘 중 누가 되든 트럼프 행정부에 친화적인 정책을 펼 가능성이 크다.
포춘은 국제통화기금(IMF) 역사상 처음으로 2011년 총재 자리에 오른 프랑스 출신 크리스틴 라가르드를 언급하며, 이제 세계은행도 여성 수장을 맞을 때가 됐다고 전했다. 트리니다드 토바고, 에티오피아, 조지아 등 2018년에만 3명의 여성 대통령이 탄생했고, 국방, 무역 같은 주요 분야에서 활약하는 여성 리더들이 늘어나는 국제 추세에서 세계은행이라는 국제 금융기구에서 여성 수장이 나오지 말란 법이 있느냐는 것이다.
김용 총재는 재임 기간에 여성에 대한 투자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고, 세계은행 고위직 내에 양성 평등을 실현하는 등 중요한 이정표를 달성했다고 평가된다. 작년 말 현재 포춘 500대 기업 중 여성 최고경영자(CEO)를 둔 기업은 25개 뿐이었으나 여성 총재가 탄생하면 이 수치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포춘은 전했다.
세계은행 이사회는 다음달 초순 차기 총재 후보자 접수를 시작, 4월 중순까지 신임 총재를 임명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