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마트가 2015년 3월부터 도입해 운영 중인 ‘연차나눔제도’는 갑작스러운 사고나 질병, 가족 부양 등의 이유로 연차와 휴가를 다 사용하고도 부족한 직원에게 동료 직원들이 남은 연차를 나눠주는 ‘행복 일터, 희망 나눔’ 캠페인의 하나다. 제도를 운영하는 소통혁신팀 박강용 책임은 “남은 연차를 돈으로 환산하면 적지 않지만 그만큼의 금전적인 이익을 포기하면서 동료를 위해 무언가 필요한 도움을 주고 자부심을 느끼는 게 이 제도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연차나눔제도는 직원들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박 책임은 “회사에서는 본래 ‘행복 일터, 희망 나눔’ 캠페인의 하나로 안타까운 사연이 있는 직원에게 금전적인 지원만 했었는데 직원들이 먼저 ‘이런 동료가 있는데 연차가 필요하다고 하더라, 도울 방법이 없느냐’고 문의하면서 연차 나눔 제도가 추가로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초반 1년까지는 제도가 생소하다 보니 크게 퍼지지 않았는데 직원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면서 주변 동료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연차를 기부하고 싶다고 사연을 보내오는 직원이 점차 늘었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연차나눔제도’를 통해 15명의 롯데마트 직원들이 총 228명의 연차 기부자들로부터 384일(1인 평균 1.7일)의 연차를 나눔받아 이용하고 있다. 연차 나눔의 수혜자는 롯데마트가 행복심의회의 선정 기준에 따라 심의를 거쳐 선정된다.
박 책임은 가장 기억에 남는 사례로 최근 연차 나눔에 동참했던 사연을 꼽았다. 그는 “사내 부부 중 배우자가 대장암 말기 판정을 받았다. 부인이 병 간호를 해야 하는데 본인 연차, 휴가를 다 쓰고도 부족해 나중에는 퇴사까지 고민하더라. 마침 이런 안타까운 사연이 접수됐고 다른 동료 직원들과 함께 연차를 기부해 75일의 연차를 나눌 수 있었다”며 “그렇게 나눔받은 연차로 부인은 남편을 간호했고 남편은 두 달 전 세상을 떠났다”고 말했다.
밖으로까지 입소문이 나면서 ‘연차나눔제도’를 벤치마킹하려는 기업도 생겼다. 박 책임은 “최근 철강회사에서 제도 관련 문의 전화를 받았다”며 “다른 회사에도 이런 제도가 많이 생겨 나눔 활동이 널리널리 퍼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박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