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성장 가도를 달리던 국내 게임 업계가 주춤한 한 해를 보냈다. 대형 신작의 부재 속에 실적이 하락하고, 각종 게임 규제와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등으로 인해 신작 출시가 늦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미뤄졌던 신작이 내년 출시하고 막혔던 중국 수출길이 열릴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내년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26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국내 게임업체가 3분기 실적이 전년 동기대비 하락하며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3분기 영업이익 1390억 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58% 줄었다. 같은 기간 넷마블은 영업이익이 673억 원을 기록해 39.8% 감소했다. 국내 1위 업체 넥슨과 올해 대한민국게임대상을 수상한 펄어비스만 성장했을 뿐 게임업계 전체적으로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게임업체 부진의 원인으로는 대형신작이 없다는 점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모바일 게임을 통해 반짝 흥행을 기록하며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분기별로 늘려가며 최대 기록을 경신해왔다. 하지만 현재는 기존 흥행작들을 통한 수익에 의존하고 있어 언제 사그러들지 모르는 위험에 처해있다.
게임업계 부진이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과 연관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올해 7월부터 시행된 주 52시간 근무제도 인해 야근과 특근이 금지되면서 개발이 더뎌짐에 따라 신작 출시가 내년으로 미뤄졌다는 분석이다. 300명 이상 사업장은 의무적으로 52시간 근무제를 시행해야 하는데, ‘크런치 모드(게임 출시 직전 일정 기간동안 밤을 새워 근무한다는 뜻)’가 사라져 출시가 지연됐다는 해석이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분석이 일정부분 영향이 있다며 수긍하는 분위기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이전에 비해 밤샘근무가 사라져 정해진 출시 일자를 넘기는 것은 어쩔 수 없다”라며 “근무환경 변화가 출시 지연과 연관이 있는 것은 인정한다”고 말했다.
다만 내년 게임 시장은 올해의 부진을 떨쳐내고 성장 궤도에 진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출시 지연된 게임들이 내년에 대거 선보이고, 여기에 당초 내년 출시를 목표로 개발되고 있던 게임들도 선보이게 돼 호황을 맞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 넥슨과 넷마블, 엔씨소프트 등 국내 게임업체들은 저마다 대형 MMORPG 모바일 게임은 준비하고 있으며 스마일게이트, 크래프톤 등은 PC게임 시장에 집중할 계획이다.
특히 중국 시장에 게임을 수출할 수 있는 ‘판호’ 발급이 긍정적으로 전개됨에 따라 수출길이 열릴 가능성이 높다. 국내 게임업체에서는 중국 시장을 겨냥한 신작을 공개조차 못하고 있었지만 판호 발급이 재개되면 순차적으로 중국 시장에 게임을 선보여 점유율을 높일 수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올해 게임시장은 침체기였지만 내년 도약을 위해 움츠렸다는 것으로 보고 있다”라며 “내년 대형 신작 출시와 판호 발급이 재개된다면 유례없는 경쟁시대를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