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자, 3개 이상 금융회사로부터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들이 가계대출 부실화의 뇌관으로 부각되고 있다. 고신용자 위주로 구성된 대출 차주 구성과 금융회사의 여신 건전성 등을 감안할 때 하위계층을 중심으로 대출 부실화의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약 411만 명에 달하는 다중채무자의 취약한 채무 연결 고리에 부실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통상 다중채무자는 3개 이상 금융회사에서 대출을 쓰는 사람이다. 기본적으로 대출 규모가 크고 대출 돌려막기를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한 권역에서 대출이 부실해지면 다른 권역에서도 빠르게 부실화하면서 일종의 도미노 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
나이스신용평가의 자료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이들이 금융사에서 받아온 대출이 493조 원에 달한다. 이 중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을 감안할 때 부채 고위험가구가 34만6000가구(전체의 3.1%)로 집계됐다. 이들의 부채가 57조4000억 원에 달한다. 금리가 1%포인트 상승하면 고위험가구가 38만8000가구(3.5%)로 늘어나는 것으로 한국은행은 분석했다.
문제는 2금융권을 중심으로 가계대출 규모나 연체율이 점차 오름세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는 점이다. 신협과 농협 등 상호금융권의 9월 말 연체율은 1. 56%로 1년 전 1.34%보다 0.22%포인트 올랐다. 연체율 상승 폭으로 보면 은행(0.11%포인트)의 두 배인 셈이다.
카드론이나 캐피털 대출과 같은 여신전문금융업체를 통한 가계대출 규모는 여타 업권과 비교했을 때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올해 3분기 말 기준 여신전문 권역의 가계대출 증가율이 10%로 두 자릿수를 유지했다. 반면 은행의 가계부채 증가율은 7.8%, 보험과 상호금융의 증가율도 각각 5.3%, 2.1%에 그쳤다.
다중채무자일수록 부채상환 능력이 떨어지면서 대부업 등 한계대출 상황에 내몰렸을 수 있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시중금리 인상 시, 신용도가 취약한 사람일수록 제도권이 아닌 대부업체와 같은 비은행권에서 돈을 빌릴 가능성이 높아 채무불이행 위험도는 상승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