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연일 연중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불과 몇 달 전만 하더라도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으나 이 같은 전망이 무색하게 유가는 50달러 선까지 폭락했다.
국제유가의 하락세는 언제까지 지속할까. 대다수 전문가는 이미 국제유가가 저점 수준에 도달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미국 셰일업체들의 손익분기점, OPEC(석유수출국기구)의 목표 유가 등을 고려하면 현재 국제유가가 너무 낮다고 보는 것이다. 다만 다음 달 예정된 산유국 회의 결과를 변수가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내다봤다.
◇공급 과잉 우려 때문… 정치적 변수도 작용 = 국제유가가 2015년 7월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하고 있다. 7주 연속 하락세를 보이며 23일 WTI는 전일 대비 7.7% 하락한 배럴당 50.42달러를 기록하면서 연중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원유 재고는 늘었지만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라 수요 감소가 예상된 데 따른 것이다. 여기에 미국의 감산 반대 등 정치적 변수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심혜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의 국제유가 흐름은 석유 시장의 수급보다 현실주의적 국제관계에 더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유가 급락 역시 미국과 사우디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낳은 석유 시장의 공급 조절 가성 때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민병규 유안타증권 연구원도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4분기 평균 ‘-45만 배럴·일 공급 부족’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됐던 글로벌 원유 수급이 현재 ‘+70만 배럴·일 공급 과잉’으로 전망치가 급격히 조정됐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저유가를 유지하려고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국제유가가 너무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며 반등에 나설 시점이라고 주장한다.
김소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국제유가가 저점에 도달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낮은 수준의 유가를 유지하려고 하지만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했을 때 국제유가는 현재 수준보다 높아야 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OPEC 회의 변수… 전문가들 “유가 반등 나설 것” = 유가의 향후 방향성을 결정지을 변수는 다음 달 6일로 예정된 OPEC 회의다. 시장에서는 OPEC의 감산 결정으로 수급 밸런스가 개선되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다. 사우디가 미국과의 정치적 관계로 생산량을 축소시키지 못할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아라비아와 OPEC이 원유 생산을 줄이지 않기를 바란다”며 감산에 반대하는 내용의 트위터를 올린 바 있다.
그럼에도 OPEC이 감산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더 크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시장의 기대가 이미 형성된 상황에서 감산 결정이 내려지지 않을 경우 유가의 추가 하락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 OPEC 산유국들의 재정균형수지 유가도 큰 폭으로 밑돌게 돼 자칫 ‘자충수’가 될 수 있다.
다만 감산 규모는 크지 않을 전망이다. 하루 100만~140만 배럴 정도의 감산을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심 연구원은 “국제유가의 큰 상승 반전을 불러일으키는 데 충분한 만큼의 감산 결정이 내려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OPEC의 감산 결정은 현재의 수급 상황을 개선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도 당장은 저유가를 선호하나 셰일오일 시추업체의 수익성이 악화하는 50달러 이하 WTI 가격은 선호하지 않을 것”이라며 “12월 이후 60달러 부근으로의 WTI 가격 반등 가능성이 점쳐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