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인터넷 방화벽 업체 체크포인트, 지난해 마이크로소프트(MS)가 1억 달러(약 1129억 원)에 인수한 사이버 보안업체 헥사다이트, 인공지능(AI) 기반의 의료영상 처리업체 지브라메디컬 등 전 세계가 주목하는 이들 스타트업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이스라엘군(軍)에서 육성한 정보요원들이 제대하고 세운 스타트업이라는 것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0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비밀스러운 정보부대인 9900부대가 최근 각광을 받는 컴퓨터비전 스타트업의 요람이 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9900부대는 이스라엘 무인 항공기와 위성이 제공하는 막대한 양의 시각적 데이터를 분석하는 부서다. 이 부서를 나온 2만5000명의 제대 군인들이 자율주행차량과 의료,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는 컴퓨터비전을 발전시킬 인재로 활용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한편 또 다른 정보부대이며 세계 최고 수준의 해킹 능력을 보유한 8200부대는 체크포인트 등 사이버 보안업체들의 요람 역할을 하고 있다. 보안 업계에서 군 출신 인재가 맹활약하면서 ‘8200 키즈’라는 말까지 나왔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군 사이버 부대를 제대한 이스라엘 젊은이들이 차린 스타트업은 벌써 300곳이 넘는다.
한국은 언제까지 이런 이스라엘 기사를 보고 부러워하기만 해야 하는가. 우리 군도 분명히 스타트업의 요람이 될 충분한 잠재력이 있다.
이스라엘이 중동 다른 나라와 군사적으로 대립하고 팔레스타인과 무력 충돌을 빚으면서 도·감청과 이미지 분석 등 역량을 강화한 것과 마찬가지로 한국군도 북한의 해킹을 방어하고 군대 이동 등을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등 이스라엘군과 같은 일을 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에서 그토록 많은 인재가 쏟아져 나와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스타트업을 세웠는데 우리라고 못할 것은 없다.
우리 군이 이스라엘처럼 ‘4차 산업혁명 인재 사관학교’ 역할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중요한 것은 인식의 전환이다. 병사를 소모품처럼 여기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미래 한국을 이끌 인재로 보고 제대 이후에도 이들이 나아갈 진로를 제시하는 군 지도부의 모습을 보고 싶다.
이스라엘은 16세부터 사이버 부대에 들어갈 인재 선발 작업에 나서고 뛰어난 학생에 대해서는 중학교 때부터 관련 교육을 한다. 이들 젊은이는 사이버 부대에서 평균적으로 4년 반 근무하고 나서 자신의 회사를 창업하는 등 군에서 배운 것을 요긴하게 써먹는다. baejh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