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세포들도 어쨌든 생명이에요. 내가 죽이려고 하면 암세포들도 느낄 것 같아요. 이유가 있어서 생겼을 텐데 원인이 있겠죠. 이 세상 잘난 사람만 살아가야 하는 거 아니듯이…. 같이 지내보려고요.”
2013년 방영된 MBC 일일 드라마 '오로라 공주' 118회에 등장했던 대사다. 방송이 나가자 임성한 작가는 거센 비난을 받아야 했다. 2018년 임 작가는 다시 논란의 대사를 꺼내 들었다. 책 제목으로 큼지막하게 적기까지 했다. 임 작가는 당시 파장에 대해 "내용을 쓸 때 어느 정도 예상했다"고 책을 통해 고백했다.
책은 드라마 작법에 관한 가이드도, 방송에 관한 에세이도 아니다. 임 작가가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20가지 질병을 이겨내는 건강 레시피를 담고 있다.
'보고 또 보고', '인어 아가씨', '신기생뎐', '오로라 공주', '압구정 백야' 등 수많은 작품을 써낼 때마다 장기간 긴장해야 했던 임 작가는 이런저런 운동 시간을 내기도 어려워 이런저런 병과 통증에 시달렸다. 아파서 원고를 못 쓰면 방송 펑크로 이어지기 때문에 '절대 아파선 안 된다'는 생각으로 자신의 몸을 실험 대상으로 삼아 안 해본 게 없다고.
큰 줄기는 건강과 음식을 논하고 있지만, 임 작가가 드라마 집필을 하며 들었던 생각과 그의 일상이 담겨 있어 흥미를 자극한다. '신비주의 작가'로 알려져 온라인에 떠도는 여권 사진을 제외하고 좀처럼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 그이지만, 화법은 그의 드라마 대사처럼 거침없다.
"내가 드라마 쓸 때만 기자들이 투표해서 '최악의 드라마'로 뽑아? 그럼 재밌다고 본 그 많은 시청자가 다 최악의 시청자란 말이야? 이런 식으로 따지고 억울해하며 분함으로 살았다면, 아마 나는 진작 화병에 걸렸을 거지만 아직은 즐겁게 잘살고 있다. 어떤 문제가 닥쳐 힘들어하는 지인들에게 나는 '분별하지 말고 그냥 딱 받아들여 보라'고 조언한다."('스트레스' 299쪽)
책을 낸 이유 역시 입성한 답다. 그는 자신의 출판사를 세우고 책을 낸 이유에 대해 "나부터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절필 후 3년 놀아볼 작심을 했는데 골절로 1년도 못 채우고, 쇠판을 빼는 재수술 후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았다"며 "세상 사람 모두 아프지 않고, 독한 약이 아닌 맛있는 음식으로 병을 고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의사도 약사도 아닌 내가 마음을 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