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가계는 금융자산과 실물자산 모두 부동산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금융자산의 경우 저축성 보험에 치중돼 있어 투자에 소극적이었으며, 은퇴자산 축적 규모도 초라했다. 이에 한국사회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고령화에 대한 대비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4일 미래에셋은퇴연구소가 발간한 은퇴리포트 37호 ‘국제비교를 통해 본 우리나라 가계자산 특성 및 시사점’에 따르면 한국 사회는 지난해 만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14% 이상인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이에 보고서는 우리보다 앞서 고령사회에 진입한 미국, 영국, 호주, 네덜란드 4개국과 한국 가계를 비교·분석했다.
우선 국내 가계자산 중 부동산(거주주택, 거주주택 외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51.3%로 5개국 중 가장 높았다. 이어 호주(50.4%), 네덜란드(45.5%), 미국(43.8%), 영국(37.4%) 순이었다. 국내 가계 총자산 중 ‘거주주택 외 부동산 비중(13.5%)’만 봐도 4개국 평균의 3.3배 수준이었으며, 금융자산 중에서도 거주주택 전세보증금이 4분의 1 이상을 차지했다.
이에 심현정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현재 우리나라 가계의 자산구성은 부동산에 편중돼 있어 부동산 시장 변화에 따라 가계 자산이 크게 변동할 수 있는 취약한 구조"라면서 "저성장·고령화에 대응해 평안한 노후를 준비하려면 부동산 중심의 자산 구성을 재조정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금융자산 운용도 보수적인 성향을 보이며, 주식형 자산 투자에 소극적인 편이다. 가계 금융자산 중 예금 및 저축성 보험이 70% 이상을 차지하며 다른 나라에 비해 주식 및 펀드 비중이 크게 낮았다. 전체 자산 중 주식과 펀드를 합한 평균 비중은 미국의 0.5배, 호주의 0.4배 수준에 불과했다.
아울러 퇴직연금과 같은 은퇴자산 축적 성적도 부진했다. 우리나라 가계 금융자산 중 은퇴자산 비중은 24.1%로 미국 가계의 은퇴자산 비중(41.5%)과의 격차가 크다. 또 한국의 은퇴자산 구성은 비교대상 4개국과 달리 퇴직연금보다 생명보험과 개인연금 비중이 높았다.
심 연구원은 "안전자산 추구로 자산의 성장 잠재력이 낮은 상황에서 은퇴자산이 부족해 향후 장수리스크를 극복하기 힘들 수 있다”며 "금융상품을 통해 은퇴자산을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