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시간표를 설정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는 2차 북미 정상회담의 결과에 따라 비핵화 시간표가 당초 설정했던 2년보다 길어질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뉴욕 유엔본부에서 안전보장이사회 회의를 주재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시간의 게임을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2년이든 3년이든 혹은 5개월이 걸리든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요한 것은 북한의 핵 실험이 없고 미사일 발사가 없다는 것”이라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비핵화에 대한 협상 타결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미국이 북핵 ‘일괄 타결’을 주장하면서 2021년까지 비핵화 완성이라는 시간표를 제시했었다는 점에서 북한의 단계적 비핵화도 수용할 수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교착 상태에 빠졌던 북미 대화가 진전을 보여 10월 북미 정상회담과 연내 종전선언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다만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정상회담 시점과 관련해 이날 미 CBS방송 아침 프로그램 ‘디스 모닝’에 출연해 “10월 중도 가능하지만, 그 이후일 가능성이 더 크다”고 말했다. 그는 “조만간 북한을 방문할 예정”이라며 “우리는 정상회담에서 많은 성과를 도출할 수 있게 올바른 조건을 충족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미일 정상회담 자리에서 김 위원장으로부터 ‘특별한 편지’를 받았다고 친서를 기자들 앞에 공개하면서 “2차 북미 정상회담을 곧 하게 될 것”이라고 말해 조기 개최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2차 북미 정상회담 장소로는 현재 워싱턴이나 판문점, 서울, 오스트리아 빈 등이 거론되고 있다. 시기는 폼페이오의 방북과 빈 협상의 결과에 따라 유동적이다.
이번 회담의 가장 큰 비핵화 의제는 북한이 조건부로 제시한 ‘영변 핵시설 영구 폐기’와 현재 보유 핵 폐기 시점이다. 이미 북한이 약속한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 폐기’는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보이지만 ‘영변 핵 시설 영구 폐기’와 관련해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검증을 받아들일 것인지가 관건이다. 또 북한이 미국이 요구하는 영변 이외의 다른 핵 시설에 대한 사찰과 정보공개에 동의할지도 연내 종전선언의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이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해법으로 내놓은 ‘상응하는 조치’에 어떻게 화답할지도 이번 회담의 성패를 좌우할 결정적인 요소다. 미국의 메시지와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따라 종전선언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