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3일 ‘부동산 안정대책’이란 이름으로 고강도 규제책을 마련했다. 이후 관련 내용이 뉴스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대책이 발표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현장은 여전히 혼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각종 규제 내용이 뒤엉키면서 “규제는 나왔지만, 정작 내용은 알기 어렵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출 시장의 혼란이 커지자 은행연합회는 ‘질의응답’ 형식의 자료를 배포해 진화에 나서는 형국이다.
내용을 간단하게 살펴보면, 다주택자를 겨냥한 종합부동산세의 세율은 최고 3.2%까지 오른다. 9억 원 초과(실거래가 기준) 고가주택을 보유한 1주택자가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받을 수 있는 요건도 까다로워진다. 전·월세 물량 확대를 위해 주택임대사업자에게 주던 세금 감면 혜택은 대폭 줄었다. 즉, 비싼 주택을 가지고 있으면 이에 응당한 세금을 더 내라는 것이 이번 정책의 시그널인 셈이다.
또 이번 대책의 핵심은 대출을 옥죄는 것이다. 다만 그 대상은 규제지역(투기지역,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에서 주택을 사고자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려는 이들이다. 정부는 주택을 담보로 돈을 빌려 부동산을 사들이는 ‘투기 통로’를 막아 버리겠다는 의도를 가지고 이번 대책을 마련했다. 그러니까 투기 시장에 참가하지 않는 대부분의 시민은 이번 대책과 무관하다. 원래 집이 없는 사람은 문제없이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정부는 투기 세력에게 면도날만큼의 빈틈도 주지 않으려 했다. 9월 13일 오후 2시 김동연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대책을 발표하기 전까지 관련 내용은 조금도 공개되지 않았다. 미리 공개할 경우 투기 세력이 사전에 반응해 시장을 왜곡할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문제는 발언과 동시에 쏟아진 보도 내용이 정리되지 않아 시장의 혼란을 부추겼다는 것이다.
◇궁금증 ② 여전히 혼란스러운 이유는 무엇인가? = 특히 은행 창구가 큰 혼란을 겪었다. 대출 규제가 시작된 바로 다음 날부터 상담 전화가 폭주했다. 당장 대출을 필요로 했던 사람들에게는 청천벽력이었을 것이다. 그러다 시중은행들이 생활안정자금 목적의 주택담보대출을 중지하기에 이르렀다. 대출 규제 속 ‘예외 조항’이 문제가 돼 일선 창구에서 명확한 지침을 마련하지 못한 영향이 컸다. 은행연합회가 실무 지침을 만들어 응대 가이드라인을 배포할 정도였다.
여전히 대출 규제와 관련된 ‘경우의 수’는 다양해 혼란은 앞으로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원칙적으로 다주택자는 규제지역 내에서 주담대가 금지된다. 하지만 2년 이내에 처분할 계획을 가지고 있으면 허용되고, 자녀 교육을 위해 거주지를 마련하는 경우라면 주담대를 받을 수 있는 등 예외 조항이 ‘중구난방(衆口難防)’이다. 관련 예외 사항을 허용하는 방식도 다양하고, 이를 판단해야 하는 은행 창구는 업무에 혼란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시장 반응은 엇갈렸다. 우선 양도세 공제 요건이 실거주 2년으로 강화되자 시장에선 매물이 줄어들 것을 우려했다. 최근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집을 매매하려 했던 사람들도 다시 매물을 철회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반면 다주택자들에게 실제로 끼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공급 부족을 해소할 본질적인 방안 없이 세율 강화·대출 규제 대책에만 그치면 서민 부담이 늘어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궁금증 ④ 앞으로 규제는 더 강해질까? =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18일 정부의 조치가 현장에서 제대로 시행되고 있는지 점검하는 차원에서 서울 중구의 한 은행 영업점을 방문했다. 여기서 최 위원장은 “부동산 과열을 잡기 위해 담보인정비율(LTV)과 같은 대출 규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부동산 대책 조치는 물론 향후 시장 상황에 따라 대출 문턱을 더 높일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금융위는 더 강력한 대출 규제를 준비 중이다. 다음 달 새로운 대출 기준인 총체적상환능력(DSR) 규제에 대한 세부 지침을 발표한다. DSR는 대출 신청 가구가 보유한 모든 대출의 원리금 상환액 합계를 연 소득과 비교해 대출 한도를 정하는 방식이다. 지금까지는 은행의 자율에 맡겼지만, 당국 차원에서 지침을 마련하는 것이다. 통상 고위험 DSR 기준을 100~150%로 잡아 왔는데, 금융 당국은 70∼80%로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후 대출 시장은 또 다른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