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창고형 할인 전문업체 코스트코와 삼성카드 간에 18년간 유지했던 가맹점 독점계약이 종료될 전망이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코스트코의 파트너사 지위를 놓고서도 치열한 입찰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지금껏 유지돼왔던 독점 가맹점 체제가 깨질 경우 카드업계 지각변동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코스트코 본사는 삼성·현대카드와 파트너 카드사를 선정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코스트코는 최근 가맹점 계약 경쟁입찰에 참여한 현대·삼성·신한·비씨카드 중 삼성카드와 현대카드를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했다. 일각에서는 협상이 조만간 마무리돼 최종계약서를 작성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코스트코는 한 국가에는 단 하나의 카드사와만 계약을 하는 정책을 고수해왔다. 수수료율을 낮춰 가격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차원이다. 코스트코코리아의 매출은 2016년 3조8030억 원이었다. 매년 10% 안팎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수수료율은 건당 0.7%로 낮은 편이지만, 연간 200억~300억 원에 달하는 수수료를 얻을 수 있는 배경이다. 이런 점 때문에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직접 코스트코 유치를 위해 발벗고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에선 2000년부터 삼성카드가 파트너 카드사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코스트코와 삼성카드는 2015년 재계약을 통해 내년 5월까지 계약이 지속되며 삼성카드의 코스트코 제휴카드는 30만 장 이상 발급된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이번에 코스트코가 삼성카드와의 계약을 끝내고 현대카드를 새로운 파트너 카드사로 선정하게 된다면 업계에 어떤 파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현대카드는 최근 업계 3위로 올랐지만, 점유율이 14~15% 선에서 머무르고 있는 상황이다. 작년 개인과 법인 신용판매 점유율은 신한카드와 삼성카드가 21.53%, 19.8%로 각각 1, 2위를 차지했고 그 뒤로 현대카드가 15.58%로 3위에 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카드가 코스트코 독점계약을 따낸다면 시장점유율이 2%포인트가량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며 “그렇게 되면 업계 2위에 오를 수도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직간접적인 비용이 만만치 않아 당장 점유율이 눈에 띄게 오르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독점 파트너사를 바꿀 경우에는 새로운 카드 고객에 대한 마케팅을 처음부터 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 소모가 상당할 것”이라면서 “또 최근 창고형 매장이 여럿 생기고 있는데 삼성카드를 써온 기존 코스트코 이용자들이 굳이 카드를 바꿔가면서까지 코스트코를 이용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