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행 활성화를 위한 은산분리 완화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카카오뱅크, 케이뱅크를 넘어 한국서도 앨리뱅크(GM 등이 투자한 미국의 인터넷은행)가 탄생할 수 있는 단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기대와 달리 찻잔 속 태풍에 머물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8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인터넷 전문은행 규제혁신' 행사에 참석해 "은산분리라는 대원칙을 지키면서 인터넷전문은행에 한정해 혁신 IT 기업이 자본과 기술투자를 확대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은산분리란 기업의 은행 지분 참여를 10%(의결권 있는 지분은 4%)로 제한하는 규제다. 재벌의 사금고를 막기 위해 마련된 규제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설립을 주도한 KT와 카카오는 이 규제로 인해 추가 자본 투입을 못 하고 있다. 공격적인 영업에 제한을 받고 있다는 얘기다. '반쪽짜리 혁신'에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각각 838억 원, 1045억 원의 적자를 봤다.
이에 정부는 산업 자본의 인터넷 전문은행 지분을 현행 10%(의결권 지분 4%)에서 34%까지 늘리는 특례법을 추진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직접 은산분리 완화 방침을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구체적인 방안까지 나온 데다, 반대입장을 보이던 윤석헌 금융감독원장도 찬성으로 돌아섰고, 개혁색 짙은 정무위까지 힘을 보태고 있어 관련 논의는 더 빨리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은산분리 완화 효과가 크지 않을 거라고 말한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추가하지 않는 상황에서 단순 여ㆍ수신만으로 고객을 끌어오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카카오뱅크의 여수신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 한국금융지주에 따르면 지난 4월 카카오뱅크의 수신 잔고는 전월(7조1000억 원) 대비 5.6% 늘어난 7조5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1월 5조8000억 원(전월 대비 18% 증가), 2월 6조5000억 원(12%), 3월 7조1000억 원(9.2%) 증가율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
여신 잔고 역시 1월 5조2000억 원, 2월 5조5000억 원, 3월 5조9000억 원, 4월 6조2000억 원 등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원재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미 인터넷뱅킹에 관심 있는 잠재 이용자는 지난해 출범한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에 다 가입했다"며 "추가로 이용자를 끌어오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