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제약사 GC녹십자와 한미약품의 2분기 영업이익이 나란히 뒷걸음질쳤다. 글로벌 제약사로 발돋움하기 위해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리고 있는 이들 제약사가 성장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GC녹십자는 연결재무제표 기준 올해 2분기 영업이익 133억 원을 기록해 지난해 2분기보다 61.5%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지난달 31일 공시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3.5% 성장한 3418억 원을 기록했다.
혈액제제의 성장은 양호했지만, 백신은 내수와 수출 모두 역성장했다. 남반구 독감백신 매출이 발생하는 2분기는 매년 호실적이 기대되는 시기지만, 백신 경쟁이 불붙으면서 영업이익에 큰 타격을 줬다. 내수 백신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16.8% 감소한 390억 원, 수출 백신은 9.5% 감소한 428억 원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남반구 독감백신 매출액은 262억 원으로 전년(427억 원) 대비 40% 가까이 급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연구개발비를 늘린 점은 어닝쇼크를 부채질했다. 2분기 연구개발비는 318억 원으로 지난해 2분기보다 19% 증가했다.
GC녹십자는 수익성 약화에도 지난해보다 30% 올려 잡은 공격적인 연구개발 투자 기조는 유지할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국제 조달시장 중심이던 백신 수출이 개별 국가 공공시장으로 판로를 확장해 나가면서 빠른 실적 반등도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미약품은 2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 199억 원을 기록해 지난해 2분기보다 7.4% 감소했다. 매출액은 2413억 원, 당기순이익은 144억 원으로 8.3%, 19.0% 각각 늘었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2분기 미국 파트너사 아테넥스 상장에 따른 약 70억 원의 일회성 마일스톤 효과가 사라지면서 줄어들었다.
매출액은 ‘아모잘탄 패밀리’와 ‘로수젯’, ‘로벨리토’ 등 복합제의 고른 성장과 ‘구구’, ‘팔팔’, ‘한미탐스 0.4mg’ 등의 선전으로 성장했다. 파트너사들이 지급한 기술료 일부도 수익으로 인식됐다. 중국 현지법인 북경한미약품의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8% 성장한 514억 원을 달성했다.
특히 한미약품은 자체 개발 중인 신약 파이프라인이 증가하면서 2분기 매출의 20.1%에 해당하는 485억 원을 R&D 비용으로 썼다. 전년 대비 31.8% 증가한 액수다.
올해 연구개발비는 2000억 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자체 개발한 주력 제품들의 고른 성장을 기반으로 신약 R&D에 투자하는 매출·R&D 선순환 구조가 유지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