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찜찜한 게 있는데 알아볼 데가 없는 조직이라면 정말 자신에게 도움이 안 되는 회사다. 성과에 대한 보상이든 불이익이든 필요한 정보를 제때 잘 전달할 수 있는 회사가 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이선용 여기어때 인사총괄(CHO)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전사의 기혼자 비율이 15%에 불과한 여기어때는 육아, 출산과 관련한 복지가 대기업만큼 구축돼 있진 않다. 직원 300명이 채 안 되는 O2O 스타트업인 점을 고려하면 복지와 근로 여건이 선진적인 편이지만 대기업의 금전적인 복지를 따라잡는 수준은 아니다. 대신 이 총괄은 회사와 함께 나이 들고 성장할 직원들을 위해 지금 있는 제도를 최대한 쓸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총괄은 “인사팀에 있는 여자 팀장이 입사 후 결혼하고 최근 출산했다”며 “팀장에게 당부한 것은 선례를 만들게 되는 셈이니 출산휴가를 법이 허용한 내에서 최대한 활용해 달라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공공연하게 임원급들에게 직원들이 육아휴직 같은 것을 쓸 때 눈치 주지 말라고 말하고 다닌다”며 “있는 걸 잘 쓰자는 게 원칙”이라고 덧붙였다.
여기어때의 여직원 비율은 현재 33%다. 아직은 높지 않지만 이 비율은 급속하게 늘어난 규모다. 작년 초만 해도 전체 여직원 비율은 20% 미만이었다. 이 총괄은 여성 인력을 확대하는 데 노력할 것이라고 말하며, “성별에 구애받지 않고 남녀 모두 다니고 싶은 회사를 만드는 게 최종 목표”라고 밝혔다.
각층에 크게 붙어 있는 성희롱 관련 포스터는 그가 올해 3월 제안한 것이다. 그 전에도 성희롱 가해와 관련해 계몽 포스터가 있었지만, 이 총괄이 느끼기에 직관적이지 않았다. ‘상사에게 할 수 없다면 모두 성희롱입니다’, ‘불쾌감을 주는 칭찬은 성희롱’ 등 직관적이면서도 강한 톤으로 문구를 수정했고 사내 상담 창구와 피해 접수처 등을 기재해 놨다. 이 총괄은 “가장 큰 원칙은 접수된 사항에 대해서는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제일 큰 문제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총괄은 심명섭 대표와 자신이 동의하는 큰 명제 중 하나를 언급했다. “조직이건 개인이건 돈이 좀 없을 수는 있어도 예의나 사람다움을 잃으면 안 된다”는 점이다. 이 총괄은 “사람다움이 사라질 때 비참해지는 것”이라며 “회사는 그것을 지키는 보호막”이라고 강조했다.
있는 제도를 제대로 지키는 게 중요하다는 철학에 맞게 그는 35시간 근무제를 도입하면서도 제대로 지켜질 수 있도록 하는 데에 집중했다. 이 총괄은 “월요일에 예외적으로 11시, 12시에 출근하는 사람들은 임원뿐이고 나머지 직원들은 오후 1시 이전에 출근하지 말라고 한다”며 “특히 임원들에게는 월요일 오후 1시 전에 절대 직원들에게 전화하지 말라고 항상 강조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차를 사유 없이 쓰게 한 것도 마찬가지”라며 “구두로라도 연차 사용 이유를 물어보지 말라고 리더급에게 공지한다”고 말했다.
그 외에도 그는 무료 차량 렌트, 오프라인 서점 도서 구매비 전액 무료 지원, 연간 숙박·액티비티 서비스 50만 포인트 지급 등을 열거했다. 다만 이 총괄은 “회사가 지원하는 복지는 한 번 시작하면 수준을 낮출 수 없다”며 “회사 성장과 맞춰서 단계적으로 복지 제도를 시행하고자 모니터링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또 “보상면에서 경쟁력을 갖추는 것은 기본이고, 그 외에 기업 문화나 일하는 보람, 인정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회사 분위기가 중요하다고 본다”며 “궁극적으로 회사에 다니는 것 자체가 본인과 가족에게도 행복한 일이라고 생각하게 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