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과 인도네시아 방송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만남을 생중계 보도하는 등 자국과 직접 관련이 없는 국제 뉴스 보도로서는 이례적인 방식으로 취재하고 있다.
동남아 국가 중 역사적으로 북한과 우호 관계를 맺고 있는 나라가 많은 것이 그 배경으로 분석된다.
이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김 위원장이 머무는 세인트리지스 호텔 앞에는 한국 일본 중국 취재진뿐만 아니라 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의 미디어 취재진도 진을 치고 있다.
태국의 한 유력 영어방송은 이날 사상 최초 북미정상회담 뉴스를 회담이 시작되는 오전 9시 생중계한다. 전날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묵는 샹그릴라호텔 앞에서 “지역의 안전 보장을 위해서도 중요한 회의”라는 내용으로 생중계하기도 했다. 태국 언론이 자국 정상과 직접 관련되지 않은 사안을 위해 해외로 취재진을 파견하는 일은 드물다.
인도네시아 유력지 나침반도 기자를 싱가포르에 파견하고 전날 조간에 “싱가포르가 역사적인 회담 준비를 철저히 하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1면에 게재했다. 유력 방송국 메트로TV도 정상회담이 개최되는 센토사섬의 카펠라호텔의 보안 상황 등을 생중계했다.
동남아 언론들이 북미회담에 특히 관심을 보이는 데는 이들 국가가 최근까지 북한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왔고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연계해왔던 것이 배경에 있다.
북한은 말레이시아 등에 저임금 노동력을 제공하고, 인도네시아에는 북한 레스토랑을 운영했다. 북한에 동남아시아는 외화벌이의 거점이었고 동남아시아 국가도 북한과의 사업에서 이익을 얻었다.
즉 북미정상회담으로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가 완화되면 이는 곧 동남아 국가들에게도 이익으로 직결되기 때문에 회담에 관한 관심이 높다.
동남아와 북한의 관계는 결국 북미회담에 달렸다. 핵 · 미사일 개발을 강행하는 북한에 대한 반발은 동남아 내에서도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2월 김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살해된 데 대해 북한이 관여했다는 의심이 여전히 가시지 않은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