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치지 않는다"
대한항공 직원들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일가의 퇴진을 요구하며 또 다시 거리로 나섰다.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이른바 '물벼락 갑질' 논란이 불거지면서 지난 4일 시작된 집회는 이번이 벌써 4번째다.
대한항공 직원연대는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일대에서 '조양호 회장 일가 퇴진과 갑질 근절을 위한 4차 촛불집회'를 진행했다.
앞선 세 차례 집회 때와 마찬가지로 직원들은 저항을 상징하는 '가이 포크스' 가면이나 모자·마스크·선글라스 등을 착용하고 집회에 참석했다.
이날 직원들은 '조씨와 부역자들 대한항공 망쳐놨다' '노동착취 그만두고 근무여건 개선하라' '조양호는 퇴진하라' 는 내용이 담긴 피켓을 들고 조 회장 일가의 경영 퇴진과 갑질 근절을 촉구했다.
특히 이날 집회에는 집회를 취재 나온 외신 기자도 눈에 띄었다. 스위스 국영 방송국 기자라고 신분을 밝히고 취재에 나선 이 기자는 가면을 쓰고 집회에 나온 직원들에게 '집회에 나오게 된 이유와 목적' 등을 물었다.
이 기자는 "유럽에서는 재벌들의 '갑질 문화'를 찾아보기 힘들다"면서 "이례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해 취재에 나서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대한항공은 '땅콩회항' 사건으로 국제적으로 이슈가 된 바 있다"며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같은 상황이 아직까지 지속된다는 것에 가장 놀랐다"고 말했다.
또한 "한국인들이 조양호 회장 일가의 이같은 갑질 행태에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면서 이번 사태의 향방에 대해 묻기도 했다.
이날 집회에서는 참가자들의 자유발언과 집회를 기획한 카카오톡 단체채팅방 '관리자' 및 박창진 전 사무장과의 전화연결, 촛불 파도타기, 구호 제창 등도 이뤄졌으며 직원들은 종로 보신각에서 본 집회를 마친 뒤 소공동 한진칼 빌딩까지 1㎞ 거리를 행진했다.
행진에 맞춰 집회 참석자들은 미리 준비한 '조양호 회장 일가에 보내는 편지'로 즉석에서 종이비행기를 접어 날리는 퍼포먼스도 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