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의 4월 매매수급동향지수는 94.1을 기록하며 8·2 부동산대책의 영향을 받은 지난해 9, 10월 이후 처음 100 이하로 내려갔다. 매매수급동향지수가 100 이하일 경우는 시장에 수요보다 공급이 많다는 의미다.
지수 자체도 2015년 2월(94.1) 이후 3년 2개월 만에 최저점을 찍었다. 한 달 만에 9.7포인트 내려간 것은 2012년 2월 통계 작성 이래 가장 큰 하락폭이다.
정부가 보유세 인상을 준비하고 있고 금리도 오를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서울 아파트값 하락 가능성은 더 커졌다. 때문에 수요자들이 당장 매수에 나설 이유가 없다는 것이 현장의 전언이다. 서울 성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현 시세를 고점으로 인식하고 수요자들이 가격이 빠지길 기다리고 있어 매수 문의가 잘 없다”며 “양도세가 실시되며 매도가 더 줄어들 줄 알았는데 오히려 매수가 줄었다”고 말했다.
실제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는 이달 들어 둔화하는 모습이다. 집값 상승의 선봉이던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가 일제히 아파트값을 내리는 등 지난달 23일 기준 서울 전체 아파트값은 전주보다 0.03% 오르는 데 그쳤다. 4월 서울의 아파트값 상승률은 0.37%로 양도세를 피하고자 매물이 급증했던 3월(0.77%)보다도 상승폭이 줄었다.
매수 심리가 얼어붙은 양상이기에 앞으로도 서울 아파트값은 하향 조정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최근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거래가 잘 이뤄지지 않는 것은 매도자가 팔지 않는 것이 아니라 매수자가 안 사려고 하는 것”이라며 “현재 매수자들이 가격 하락을 예상하고 군집 행동을 하는데 이는 자기실현적 예언처럼 실제 하락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과거에도 매매수급동향지수가 급히 내려간 시기마다 아파트값이 내려가거나 주춤하는 양상이 반복됐다. 최근 예로 8·2 대책 이후 지수가 100 이하로 떨어진 지난해 9월 서울 아파트값은 0.01% 하락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