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노조 첫 인정… 파격 직고용에 재계 긴장

입력 2018-04-18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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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서울 가든호텔에서 삼성전자서비스지회와 삼성전자서비스가 협력업체 직원 직접 고용에합의하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왼쪽부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조병훈 사무장, 곽형수 수석부지회장, 나두식 지회장,삼성전자서비스 최우수 대표이사, 최평석 전무)(사진제공=삼성전자)
▲17일 서울 가든호텔에서 삼성전자서비스지회와 삼성전자서비스가 협력업체 직원 직접 고용에합의하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왼쪽부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조병훈 사무장, 곽형수 수석부지회장, 나두식 지회장,삼성전자서비스 최우수 대표이사, 최평석 전무)(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서비스가 협력업체 직원 8000명을 정규직으로 직접 채용한다. 국내 대기업이 도급 계약을 맺고 있는 협력사 직원 전원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첫 사례다. 특히 이번 결정은 삼성이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의 주장을 받아들이면서 이뤄졌다. 80년 동안 이어지던 무노조 경영을 이재용 부회장이 사실상 공식 철폐한 셈이다. 재계 일각에선 삼성의 협력사 직원 직접 고용에 대해 긴장하는 분위기도 역력하다. 협력사와 위탁업무 계약을 맺은 기업의 근로자들이 같은 요구를 할 수 있다는 우려 탓이다.

17일 이뤄진 삼성전자서비스 노사 합의의 핵심은 두 가지다. 8000명 규모의 협력사 직원 직접고용과 노조 공식 인정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주요 대기업은 간접고용을 통해 비용을 줄이는 동시에 사용자의 책임을 회피해왔다. 이번 삼성의 대규모 직접고용 합의가 큰 의미를 가진 이유다.

현재 삼성전자서비스 정규 직원은 1200명 규모다. 이들은 주로 협력업체 직원들을 관리하거나, 본사에서 AS기술개발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90여 개 협력사 8000명에 이르는 직원들은 삼성전자서비스센터에서 실제 제품 설치 및 AS업무를 진행해 왔다. 이번 직접 고용 합의를 통해 삼성전자서비스는 기존 인력의 7배에 이르는 인원을 한꺼번에 채용하게 된다. 앞으로 삼성전자 제품에 대한 서비스 업무 절차는 ‘삼성전자→삼성전자서비스→협력업체’에서 ‘삼성전자→삼성전자서비스’로 단순화된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인천공항공사 등이 협력업체 직원을 고용했지만, 민간기업이 이 정도 규모의 인력을 직접 고용한 것은 유례가 없었다. 앞서 인천공항공항 역시 비정규직 1만 명 중 3000명만 직접 고용했고 나머지 7000명은 자회사를 통해 고용했다.

이번 삼성의 결정은 다른 기업들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택배 업계나 각 기업 콜센터 역시 유사한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건설, 철강 등 사내 하도급 비중이 높은 제조업 분야도 마찬가지다. 이들이 노조를 결성해 대기업에 직접 고용을 요구할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각 기업 실정에 맞게 고용 정책을 해 나가야 하는데, 재계 1위 삼성의 이번 결정은 비슷한 형태의 다른 기업 입장에선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삼성전자서비스가 “합법적인 노조 활동을 보장한다”고 선언한 점도 주목된다. 그동안 삼성은 창업주인 이병철 회장의 “노조는 절대 안 된다”는 유지에 따라 무노조 경영을 고수해 왔다. 현재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에스원, 삼성웰스토리 등 8개 계열사에 노조가 있지만 유명무실했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소속이 700명 규모인 만큼 직접 고용 절차가 끝나면 그룹 내 최대 노조로 부상한다.

삼성전자서비스의 노조 활동 보장은 삼성 다른 계열사의 노사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노조가 없는 삼성 다른 계열사에 노조가 생길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현재 각 계열사 직원들이 자신의 처우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지가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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