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이뤄진 삼성전자서비스 노사 합의의 핵심은 두 가지다. 8000명 규모의 협력사 직원 직접고용과 노조 공식 인정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주요 대기업은 간접고용을 통해 비용을 줄이는 동시에 사용자의 책임을 회피해왔다. 이번 삼성의 대규모 직접고용 합의가 큰 의미를 가진 이유다.
현재 삼성전자서비스 정규 직원은 1200명 규모다. 이들은 주로 협력업체 직원들을 관리하거나, 본사에서 AS기술개발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90여 개 협력사 8000명에 이르는 직원들은 삼성전자서비스센터에서 실제 제품 설치 및 AS업무를 진행해 왔다. 이번 직접 고용 합의를 통해 삼성전자서비스는 기존 인력의 7배에 이르는 인원을 한꺼번에 채용하게 된다. 앞으로 삼성전자 제품에 대한 서비스 업무 절차는 ‘삼성전자→삼성전자서비스→협력업체’에서 ‘삼성전자→삼성전자서비스’로 단순화된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인천공항공사 등이 협력업체 직원을 고용했지만, 민간기업이 이 정도 규모의 인력을 직접 고용한 것은 유례가 없었다. 앞서 인천공항공항 역시 비정규직 1만 명 중 3000명만 직접 고용했고 나머지 7000명은 자회사를 통해 고용했다.
이번 삼성의 결정은 다른 기업들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택배 업계나 각 기업 콜센터 역시 유사한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건설, 철강 등 사내 하도급 비중이 높은 제조업 분야도 마찬가지다. 이들이 노조를 결성해 대기업에 직접 고용을 요구할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각 기업 실정에 맞게 고용 정책을 해 나가야 하는데, 재계 1위 삼성의 이번 결정은 비슷한 형태의 다른 기업 입장에선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삼성전자서비스가 “합법적인 노조 활동을 보장한다”고 선언한 점도 주목된다. 그동안 삼성은 창업주인 이병철 회장의 “노조는 절대 안 된다”는 유지에 따라 무노조 경영을 고수해 왔다. 현재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에스원, 삼성웰스토리 등 8개 계열사에 노조가 있지만 유명무실했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소속이 700명 규모인 만큼 직접 고용 절차가 끝나면 그룹 내 최대 노조로 부상한다.
삼성전자서비스의 노조 활동 보장은 삼성 다른 계열사의 노사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노조가 없는 삼성 다른 계열사에 노조가 생길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현재 각 계열사 직원들이 자신의 처우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지가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